전문가들은 장비소재 분야를 선진국형 산업이라고 평가한다.
물리, 화학, 수학, 기계, 전기전자 등 다양한 학문 기반을 총동원해야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까닭이다. 미국, 일본, 유럽이 반도체 장비와 소재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장비·소재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국내 최초 반도체 장비 업체 한미반도체를 시작으로 케이씨텍이 장비 국산화 기치를 걸고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로도 주성엔지니어링, 원익, 유진테크, 테스, 피에스케이, 세메스 등이 장비 분야의 유력 주자로 떠오르면서 증착·세정·후공정 등 장비 상당수를 국산화했다. 1993년 8%에 불과하던 장비 국산화율은 2015년 현재 25% 수준까지 높아졌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이들 국산 장비 덕에 해외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재료 분야도 성과가 있다. 동진쎄미캠은 국내 최초로 포토레지스트(감광제) 국산화에 성공했다. 솔브레인도 식각과 고순도 불산 재료 등 반도체 전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제품을 국산화했다. 피케이엘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포토마스크 개발에 성공, 성장했다. 에프에스티는 포토마스크 보호막인 펠리클을 국산화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 업체인 SK머티리얼즈와 원익머트리얼즈는 국내 대표 반도체 재료 업체다. LG실트론은 한국 유일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 업체로 일본, 미국, 독일 업체와 경쟁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 장비 업계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 60%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퍼터, 측정분석, 노광, 식각 등 부가가치가 높은 장비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 램리서치, ASML, 도쿄일렉트론, KLA텐코 등 해외 주요 장비사 톱5만 섭력하면 반도체 라인 하나를 뚝딱 돌릴 수 있다는 것은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다.
소재 분야 역시 일본, 미국, 유럽 업체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저가 품목은 국산화를 이뤘지만 고집적 반도체 제조, 첨단 패키지 공정에 들어가는 고부가 재료의 수입 의존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재료는 한국의 미래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핵심 분야”라면서 “시스템반도체 분야 못잖게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