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학 최전선을 가다]<2>테라젠이텍스, 유전체 분석부터 치료제 개발까지 `올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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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대표

올해로 설립 27년째를 맞는 테라젠이텍스는 유전체 분석 시장에서 유난히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달았다. 불모지에 가깝던 국내 시장에서 개척자 역할을 도맡으며 `길`을 제시한 결과다.

테라젠이텍스는 2011년 세계 최초로 한국인 위암 유전자를 규명했다. 2013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관련 임상 결과까지 보유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유전체 분석 업계 최초로 중국기업과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해 아시아 시장 공략 전초기지로 삼았다.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대표는 “유전체 분석 부문에서 다양한 `최초` 기록은 시장 선구자로서 차별화 요소”라며 “아시아 최초로 상용화한 개인유전체 분석 서비스 역시 단순히 먼저 출시했다는 것 외에 최초로 임상결과까지 확보해 품질향상을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헬로진은 유전체 분석으로 질병 가능성을 예측,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10대 암을 대상으로 성별에 따른 질환별 특징을 예측한다. 특히 서울성모병원 등 전국 16개 대형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완료해 신뢰성을 높였다.

맞춤의학, 정밀의학 구현 열쇠로 유전체 분석이 주목받지만, 새롭게 탄생한 바이오 비즈니스 측면에서 가치는 더 높다.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융합산업이 바로 유전체 분석으로 도출한 빅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중심이 돼 빅데이터를 다뤘지만, 이제는 진정한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곳은 GSP(게놈서비스제공자)가 될 것”이라며 “개인 맞춤의학, 정밀의학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유전체 정보 생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많은 기업이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만들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IT와 BT간 융합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데이터` 기술을 확보한 테라젠이텍스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장한다. 최근 개인 유전체별 맞춤형 화장품 `진스타일 스킨`을 출시했다. 자회사·협력사를 통해 유전체에 최적화한 진단 솔루션과 신약 개발까지 진행 중이다. 유방암진단 서비스와 암 관련 신약 개발이 대표적이다. 검사-진단-치료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최근 정부가 민간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다.

황 대표는 시장 분위기와 별개로 지금 유전체 분석 업계가 변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어렵다고 진단한다. 고가 외산장비를 들여와 유전체 분석 값만 제시해서는 자생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현재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단순 게놈 분석에만 머무를 경우 수익은 고스란히 일루미나 등 외산 분석기기 업체로 넘어간다”며 “국산 유전체 분석 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분석을 넘어 리서치, 진단까지 확대되는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 분석을 넘어 리서치, 진단까지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컴퓨팅 능력뿐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통찰력 등 바이오 인포매틱스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테라젠이텍스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는다. 지난해 12월 설립한 중국 합작법인 북경태래건이과기유한공사가 거점이다. 현재 6000여 곳에 달하는 중국 내 유통망을 확보해 유전체 분석 서비스 헬로진과 맞춤형 화장품 진스타일 스킨을 판매 중이다. 중국을 포함해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해외사업부 설립 1년 6개월여 만에 전체 매출 중 해외수주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테라젠이텍스는 2020년까지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다.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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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대표

황 대표는 “2020년까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고, 모든 이익을 연구자, 임직원과 100% 공유하는 게 비전”이라며 “테라젠이텍스는 입사 1년차 직원에도 무료로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등 이윤추구 이전에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