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기술은 혼자보다 여럿일 때 힘이 세다. 다른 기술, 산업과 융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연구실 문턱을 넘어 산업계로 진입하는 나노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자, 디스플레이, 에너지 분야 채택이 활발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양자점(퀀텀닷) 적용 초고화질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퀀텀닷은 크기별로 다양한 색상을 내는 수 나노미터(㎚) 반도체 결정이다. ㎚ 단위로 물질을 제어·합성·응용하는 나노 기술이 적용됐다. 나노 기술은 필름 소재, 분산제, 이차전지, 화장품, 복합 섬유 등으로 영토 확장 중이다.
세계는 `나노 전쟁`에 돌입했다. 나노 기술이 제조업 혁신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가나노기술전략(NNI) 2.0`을 기치로 기술 상업화를 강조한다. 태양 에너지를 위한 나노 기술, 지속 가능한 나노 제조, 나노 전자 소자를 최우선 투자 분야로 육성한다.
일본은 자동차, 전자 등 주력 산업과 융합을 목표로 나노·소재 분야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증액 중이다. 중국은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전환하는 `중국제조 20205`를 수립하고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나노 산업 거점을 구축한다.
세계 4대 나노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나노코리아` 전시회를 개최해왔다. 나노코리아는 나노 분야 최신 연구 성과와 첨단 응용 제품을 선보이는 국제 행사다. 재팬 나노테크, 미국 테크커넥트월드와 함께 세계 3대 나노 전시회로 꼽힌다. 올해도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나노코리아 2016`이 개최된다.
올해는 `나노 기술, 위대한 시작(Nanotechnology, the Great Beginning)`을 주제로 14개국 340개 기업이 537개 부스를 꾸린다. 심포지엄에서는 20개국 1130편 연구 성과가 발표된다. 63여 명 해외 연사가 초청돼 기조 강연, 주제 강연에 나선다. 여성과학자 참여 확대, 나노 에너지 기술에 초점을 두고 8개 기술 분야로 구성했다.
올해 나노코리아는 글로벌 신흥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 이란과 협력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인도는 최근 나노 기술 수준이 급성장하는 등 국가 차원 관심이 높지만 상용화가 미흡해 우리나라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란도 최근 시장 개방으로 관심이 높은 중동 주요 시장이다.
◇나노 기술 상용화 주마가편
나노코리아 공식 행사와 전시회는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나노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붙이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산업화 특별 세션에서 국내·외 6개 글로벌 기업이 발표한다. 이번 행사로 나노 기술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이 미래 기술 개발 방향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오전 9시 30분부터 킨텍스 제2전시장 내 특별 강연장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수요 산업의 나노 기술 개발 현황과 사업화 방향을 조망한다. 독일 BASF, 미국 3M, 중국 메이디(Midea) 그룹도 초청됐다. 공식 행사 기조 강연은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미치하라 나카무라 전 히타치 연구소장이 맡는다.
스마트센서와 고기능소재가 올해 나노코리아 행사에 합류한다. 나노코리아에서는 매년 나노기술전시회 외에도 첨단세라믹전시회, 레이저기술전시회, 마이크로·멤스전시회 등 유관 분야 전시회가 합동 개최됐다. 나노 기술 융합 범위를 넓히고 산업 간 시너지를 유도하는 취지다. 올해는 스마트센서기술전시회, 고기능소재 전시회가 신규로 마련됐다.
스마트센서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적 기술로 평가된다. 스마트센서는 사물인터넷(IoT) 핵심 요소여서 세계 시장이 연 평균 7.9% 성장, 2019년 시장 규모가 1161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IDC는 스마트센서가 IoT 시장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노 소재·공정 기술은 스마트센서 민감도와 측정 속도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 나노 입자 바이오센서, 나노 입자 전기화학센서, 나노선 초감도 바이오센서 등 유망 기술로 주목받는다.
나노 전문 전시회에는 국내외 나노 기업 220개사가 372개 부스를 꾸린다. 나노 항균 의류, 폴더블 디스플레이 요소 기술, 경량 경륜자전거가 관람객 이목을 끈다. 나노융합제품 T2B 특별전시관, 국가 나노융합 산업기술 R&D 특별전시관에는 자동차에 적용된 나노 기술을 비롯한 국가 R&D 대표 성과를 선보인다.
나노산업 유공자와 우수 기술 포상도 이뤄진다. 올해 나노코리아 어워드는 씨큐브(대표 장길완)가 산업 부문 국무총리상, 최정우 서강대 교수가 연구 부문 국무총리상을 수상한다. 산업부 장관상과 미래부 장관상도 각각 5점씩 수여된다.
◇글로벌 신흥 시장 뚫어라
올해 나노코리아에는 글로벌 신흥 시장 개척 기회가 유독 많다. 나노제품 수요·공급기업 상담회가 14일 열린다. 나노기술·제품 도입을 희망하는 수요기업과 나노 전문 기업이 만나는 테이블을 마련했다. 국내 수요·공급 기업은 총 15건 상담을 치른다. LG전자, 연우, LS전선 등 수요 기업 8개사와 엔앤비, C&K프로팩, 나노브릭, 쎄코 등 11개 공급 기업이 만난다.
6개 이란 기업과 5개 인도 기업도 이번 상담회에 참가한다. 코스타, 제로텍, 성은테크 등 9개사가 이란 시장, 블루시스, 에이피피, 에이펙셀, 나노미래생활 등 11개사가 인도 시장 문을 두드린다. 한-이란 비즈니스 상담회, 인도 바이어 초청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총 18건 상담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란은 최근 시장이 개방되며 중동 진출 교두보로 부상한 국가다. 인도도 세계 2위 인구를 자랑하는 거대 시장이다. 특히 나노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2001년 나노과학기술계획(NSTI), 나노임무계획(NMI)를 추진하면서 나노기술 수준이 급성장했다.
2014년 기준 SCI 논문 수가 세계 3위로 올라섰지만 상용화는 미흡하다. 특허 순위가 10위권 밖이다. 나노 기술 상용화가 시작된 우리나라 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다. 인도는 물, 의료, 농업 등 국가 사회 수요를 해결하는데 나노 기술 활용을 기대한다.
나노코리아 심포지엄에서는 아시아나노포럼(ANF) 연차총회가 개최된다. 아시아·태평양 16개 회원국이 참여해 각국 최신 나노 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인전 교류를 활성화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노 선도 국가 역할을 수행해 올해 연차총회 개최국으로 지정됐다.
정대진 산업부 국장은 “이번 행사가 나노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정부도 나노 기술 발전과 융합 사업화에 정책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문 미래부 실장은 “나노 기술 상용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정부도 우수한 연구 성과가 산업화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노코리아 2016 주요 프로그램>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