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입 원유 가운데 이란산 비중이 5년만에 다시 10%대를 넘어섰다.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이란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원유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서면서 우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유, 화학업계 등 주요 소비처도 이란산 원유 구매량을 늘리며 원가 경쟁력을 제고했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총 982만2000배럴로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달 원유 총 수입량은 9269만7000배럴로 이란산 비중은 10.6%를 기록했다. 이는 이란이 경제 제재를 받기 이전인 2011년 월간 평균 수준과 유사한 수치다.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올해 들어 계속 상승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이란산 원유 총 수입량은 3978만5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79만4000배럴에 비해 123.6% 증가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이란산 수입량은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 확실시 된다. 2011년 연 8718만4000배럴에 달했지만 서방사회의 이란 경제제재를 기점으로 이듬해 5614만6000 배럴, 지난해 3625만3000배럴까지 감소했다. 이미 올해 상반기 도입량이 지난해 전체 구매량을 넘어섰다. 정유, 석유화학업계가 수입량을 늘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총 7000~8000만배럴이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별로는 SK이노베이션이 가장 적극적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올해 5개월간 총 1646만 배럴을 도입했다. SK에너지도 같은 기간 1166만배럴을 사들였다. 현대오일뱅크가 970만배럴을 구매해 뒤를 이었다. 한동안 거래가 없었던 한화토탈은 지난 4월 105만4000배럴을 시작으로 다음 달 연이어 100만배럴을 도입했다.
컨덴세이트가 주를 이룬다. 천연가스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초경질유다. 정제하면 기존 원유 대비 낮은 가격에 휘발유와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다. 아시아 컨덴세이트는 그동안 카타르가 독점해오다시피했다. 최근 이란 가세이 가세면서 우리 기업도 경쟁 효과를 누리며 도입선을 다변화했다. 이란산 의존도가 가장 높은 SK인천석화의 이란산 비중은 지난해 1월 0%에서 지난달 54.6%까지 치솟았다. 지난 3월 이란산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뒤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기존 주 거래선 카타르 비중은 지난해 1월 72.8%에서 5월 12.2%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이란이 원유 생산을 늘리면서 원유 시장에서 가격 경쟁도 점차 가열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거래를 중단했던 기업까지 최근 다시 이란산 원유 도입을 재개했다”며 “이는 이란이 원유 시장에서 점유율 회복을 위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영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증거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원유 시장에서 이란산 비중은 느리지만 지속 늘어나고 우리 업계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 도입 현황 (단위:천 배럴, 2015년1월~2016년 5월, 자료:한국석유공사)>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