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호출(카헤일링)서비스 업체인 미국 우버도 한수 접고 들어가는 회사가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는 그랩택시홀딩스(그랩)다. 2012년에 카헤일링 서비스를 시작한 그랩은 `골리앗 우버`를 제치고 인구 6억의 동남아 카헤일링 시장 1위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 그랩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 3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15개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보다 두 배 많다. 두 회사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용자수도 그랩이 우버보다 많다.
모바일 앱 분석회사 앱 애니(App Annie)에 따르면 그랩 앱 다운로드 숫자는 1500만회를 넘었다. 앱 애니는 “동남아 6개국 모두에서 그랩이 우버보다 앱 다운로드 숫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시장분석기업 테매섹홀딩스(Temasek)에 따르면 동남아 카헤일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억달러다. 2025년에는 131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랩 공동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는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나온 올해 34살의 안쏘니 탠(Anthony Tan)이다. 말레이시아 출신인 그는 “단순히 운송만을 보고 있지 않다. 어떻게 하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될 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중국 인터넷 시장을 이끄는 3인방으로 각각 중국 검색,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탠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동창과 함께 그랩을 창설했다. 그랩이 우버를 발아래 둔 데는 현지에 맞는 서비스를 발빠르게 시행했기 때문이다. 동남아 지역은 신용카드가 보편화되지 않았다. 은행구좌를 가진 사람도 적다. 이를 반영, 그랩은 서비스 초기에 현금 결제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도 추가했다. 출퇴근때 교통 체증으로 악명 높은 베트남 호치민과 자카르타 출퇴근 족을 겨냥한 것이다. 또 배달 능력이 취약한 현지 전자상거래 스타트업과 협력, 배달 서비스도 선보였다. 우버도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만 적용하고 있다. `골리앗 우버`를 꺽은 `다윗 그랩`은 출범 4년 만에 회사 가치가 16억달러로 성장했다. 회사 직원은 1600명으로 늘었다.
의미 있는 투자도 잇달았다. 미국 헤지펀드 코츄(Coatue)매니지먼트와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에서 투자를 받았다. 우버 중국 시장 최대 경쟁자인 디디도 투자를 했다. 7억달러 정도를 투자 유치 받았는데 3분의 2를 은행에 예치했다. 그랩은 중국 디디, 인도 올라(ANI테크놀로지스가 보유), 샌프란시스코 리프트 같은 다른 나라 카헤일링업체들과 글로벌 연합동맹도 맺고 있다. 이들 회사는 우버에 대항, 자기네 회사앱을 다른 나라 기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버는 막강한 자금을 바탕으로 그랩을 추격하고 있다. 시장 가치가 그랩보다 40배 이상 많은 680억달러인데다 최근 140억달러 자금을 유치했다. 유치 자금을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랩에 비해 약하지만 현지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인 `우버잇츠`를 싱가포르에 선보였고, 자카르타와 마닐라에서 시행하던 카풀 서비스를 지난주 싱가포르로 확대했다.
베인&컴퍼니 컨설턴트 플로리안 호프는 “현지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기에는 아직 우버가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