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공무원과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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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육아휴직을 쓴 중앙부처 공무원 중 남성 비율이 15%를 돌파했다. 최근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2015 행정부 국가공무원 인사 통계`에 따르면, 남성 공무원 1269명 이 육아휴직을 써 전체(7993명) 15.9%를 차지했다. 2011년 11.9% 수준이었던 남성 공무원 육아휴직 비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남성 비율이 2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같은 추세는 공무원들이 일과 가정을 대하는 자세가 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1년 5218명이던 육아휴직자는 지난해 7993명으로 4년간 53%나 늘었다. 이전과 달리 조직이나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가정을 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음을 방증한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도 공무원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1980~1990년대 고도 성장기 시절 `하면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끈끈하게 뭉치고 국가와 조직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공무원 의식은 많이 바뀌었다. 민간 역할이 커지고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공무원 위상도 약해졌다. `공무원 좋던 시절은 다 갔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또 퇴직 후 민간 부문 이직도 어려워져 가급적 `가늘고 길게` 근무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도 짙게 깔려 있다.

이 같은 변화를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저녁이 있는 삶과 일과 가정의 양립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가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를 위해 기꺼이 밤을 새는 공무원이 필요한 영역이 남아 있다.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공무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승진과 보상 측면에서 이런 공무원들을 위한 별도 트랙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육아휴직도 권장할 만한 것이지만,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국가와 조직에 헌신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보상도 더 크게 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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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