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들에 대한 제재 주장이 대두해 귀추가 주목된다.
존 물리나르 미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와 티얀마를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명단(1260H)에 올릴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BOE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티얀마는 4위 기업이다.
이 명단에 오르면 국방부 거래가 제한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다른 정부부처가 추가 제재를 검토할 때 참고자료가 된다.
물리나르 의원은 BOE와 티얀마를 화웨이에 비교하며 안보에 위협적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인민해방군 지원을 받는 기업인 데, BOE와 티얀마도 각각 인민해방군 서브프라임 계약업체, 중국 항공산업공사 자회사라는 점 때문에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보조금을 기반으로 생산량 기준 액정표시장치(LCD) 72%,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51%를 차지했으며,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관련 지출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비롯한 첨단 군사기술이 적대국에 예속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그동안 통신이나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대중국 제재를 해왔지만 디스플레이는 제재 필요성이 언급된 것이 처음이다.
미국은 통신 분야에서는 화웨이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했고, 배터리와 반도체는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썼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어떤 형태의 규제가 논의될 지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업계와 학계에서는 미국이 안보 차원에서 디스플레이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의를 찾았다.
김현재 연세대 교수는 “반도체는 중국 견제가 일찌감치 시작됐는데, 디스플레이는 이제 이런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디스플레이는 전자 통신만큼 안보에 직결되진 않지만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 안보로 접근할 수 있다”며 “미국도 (제재) 명분을 찾고 있고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낙관적인 접근 속에 TV, 스마트폰 등 세트 제조사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교수는 “제재가 군사 부문으로 시작하더라도 소비자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해 TV용 LCD 중국 의존이 70%에 달하는 삼성전자 등 TV 제조사들도 OLED로 빠르게 전환하게 되고, 애플과 같은 미국 스마트폰 제조사도 중국 패널을 쓰는 데 조심스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과 우리 밖에 없어서 한국 제품을 사주기 시작하면 유리한 면이 있는데, 넓은 시각으로 보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세트 업체들이 중국 LCD를 사용하고 있어서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리나르 의원은 자동차 및 배터리 산업이 모인 미시간주 하원의원이다. 지난달 배터리 부문 1위 업체인 중국 CATL에 대해서도 중국 군사기업으로 선정해야한다고 주장했고, 국방부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