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주도 내 전기자동차는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게 된다. 제주시 도심에는 전기차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충전·주차장 구역이 신설된다. 구매 지원금에만 집중되던 전기차 보급 정책이 전기차 사용자에게 배타 성격의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제주도 내 버스 전용 차로에 전기차와 일반 택시 운행 허용을 골자로 하는 교통체계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제주도 내 버스전용도로 약 40㎞ 구간에 적용되며, 제주 유입·유동인구가 늘면서 전용도로 확장도 점쳐진다. 제주도는 내년 8월 정례 개편 전까지 전용 차로에 운행 실적과 전기차·택시 수요를 파악한 후 도입 기간이나 전용도로 이용 시간 등 세부 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원 도지사는 “대중교통이 최우선 순위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전기차 보급 역시 중요한 만큼 대중교통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전기차·택시의 버스 전용도로 운행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 도지사는 “전기차 보급이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도 자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없던 과감한 정책을 단계별로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전기차와 함께 택시를 전용도로에 허용하는 건 기존의 내연기관 택시 사업자나 운전자에게 전기차 수준의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전기택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전용 도로 도입과 함께 내년 초에는 제주시 도심 2~3곳 거점에 전기차 주차, 충전, 정비까지 한꺼번에 지원하는 `EV센터`를 구축한다. 시내 접근이 유리하면서 일정 시간 동안 주차와 충전 비용을 무상 제공, 전기차 이용자 편의를 높이고 잠재 사용자에게 전기차 편의성을 알리는 취지가 담겼다.
다음 달부터 전기차 민간 보급 대상을 영업용 차량으로 확대하고, 전기차 제작사와 협의를 거쳐 노후 전기차 신형 배터리 교환 시 교체 비용 일부도 지원할 방침이다. 보급 사업 연속성과 후방산업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목적에서다. 제주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차 보급 전략을 다음 달 초에 발표, 곧바로 시행할 예정이다.
원 도시자는 “테슬라 전기차 모델3 사전예약 이슈로 전기차 잠재 고객이 1년 이상 대기 수요로 돌아섰다”면서 “계획된 목표 물량을 영업용으로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업 활동에 도움 되는 시장 환경까지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