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전문성으로 뭉친 20·30대 소공인 2세들, `문래동 철공소 골목` 바꾼다

20·30대 소공인 2세대들이 `철공소 골목`으로 불리는 문래동 기계금속가공 집적지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다양한 전문지식을 금속가공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고, 지역 예술인과 협동해 콘텐츠와 제조업을 융합한 자체 상품 개발에도 나섰다.

1세대가 주문생산을 주로 다뤘던 것에서 2세대는 상품기획을 통한 개발로 방향을 돌려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27일 문래 소공인특화지원센터에 따르면 소공인 2세대들이 예술인과 소공인 협업 동아리인 `ATM(Art Technology in Mullae)`을 자율적으로 구성해 지난해 4월부터 활동 중이다.

문래동에 상주하는 예술인과 소공인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소공인과 예술인이 모여 디자인, 영상 촬영, 상품기획, 스토리텔링 등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20·30대 소공인 2세대 7명과 예술인들이 활동 중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지원한 멘토 연구원이 제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자문을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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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문 재연기계 대표(왼쪽)와 안성모 이사가 작업장에서 기념촬영했다. / 재연기계 제공

ATM 주축 구성원인 김성회(34세) 경성기계 팀장, 안성모(37세) 재연기계 이사는 서로 다른 배경과 이력을 가지고 가업을 이어받은 2세다.

경성기계에서 5년째 재직 중인 김성회 팀장은 광고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미국에서 6년간 수학하다 아버지인 김재호 경성기계 대표 호출로 귀국했다. 김 팀장은 품질관리와 영업을 담당한다.

그는 회사 홍보, 마케팅 강화에 전공지식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회사 블로그를 만들어서 온라인 홍보를 강화했고, 하반기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공구를 출시한다”며 “B2C 상품이기 때문에 출시에 맞춰 미국에서 배운 마케팅 기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7살인 안성모 재연기계 이사는 공대와 신학대를 거쳐 선교사로 활동하다 4년 전 철공소 근무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신학대에 재입학해 선교사로 일했다.

안 이사는 아버지인 안승문 대표가 가진 금속가공 노하우에 대학에서 전공한 기계공학을 접목했다. 스크류 제작 과정에서 열로 인해 발생하는 변형을 막기 위한 공정과정을 개선했다. 또 소재에 따라 스크류 가공설비 회전속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회전속도 조절이 가능한 스크류 가공설비 제작을 준비 중이다.

안 이사는 “1988년부터 문래에서 철공소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건강이 나빠지시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일을 하면서 제조 기술력에 희망이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밝혔다.

ATM은 올 하반기에 금속 팽이와 교육 콘텐츠를 엮은 `잉크젯 팽이`를 출시한다. 소공인 2세, 문래동에 자리 잡은 예술인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잉크젯 팽이에 잉크를 넣고 돌리면 도화지에 잉크가 흩날리면서 다양한 모양을 그려내 어린이 그림교육에 쓰인다. 최준수 설치예술 작가가 ATM에 아이디어를 내 상품화됐다. 안 이사는 “제품 개발은 끝났고 양산을 위한 패키징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윤정호 한국소공인진흥협회 부장은 “문래동 기계금속가공 집적지에 2세 소공인 10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취업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늘어나 20∼30대 소공인 2세 경영 참여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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