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강릉선 LTE-R 사업 유찰···부산지하철 때와 판박이

통신 3사 격돌이 예상되던 원주~강릉선 철도통합무선망(LTE-R) 사업이 유찰됐다. 원주~강릉선은 10년간 2조원이 투입되는 전국 철도 LTE-R 사업 출발선이어서 유찰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2일 `원주~강릉 구간 LTE-R 구매설치` 입찰을 재공고했다. 제안서 제출 마감 시한인 이날 오후 6시 이전에 재공고가 공지됐다. 전자(가격)입찰서 제출 시한(오후 2시)까지 가격을 제출한 곳이 한 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공공분야 입찰은 첫 입찰에서 한 곳만 참여하면 유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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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격돌이 예상되던 원주-강릉선 철도통합무선망(LTE-R) 사업이 유찰됐다. 원주-강릉선은 10년간 2조원이 투입되는 전국 철도 LTE-R 사업 출발선이기 때문에 유찰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원주-강릉 LTE-R 사업 구간.

가격입찰서를 제출한 곳은 SK텔레콤뿐이었다. 참여가 예상된 KT와 LG유플러스는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6월 23일, 세계 최초 LTE-R 구축 사업으로 주목받은 부산지하철 LTE-R 입찰 때도 SK텔레콤만 제안서를 제출해 유찰된 적이 있다. 판박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해당 사업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입찰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KT나 LG유플러스 중 한 곳이라도 제안서를 냈다면 그대로 입찰이 진행될 수도 있었다. 사업 참여 의지가 있는데도 입찰에 참여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KT나 LG유플러스가 이런 위험을 감수한 것은 처음부터 재입찰을 염두에 뒀거나 원주~강릉선 LTE-R 사업 참여를 아예 포기한 곳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사업성과 발주처 요구사항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최종 입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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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격돌이 예상되던 원주-강릉선 철도통합무선망(LTE-R) 사업이 유찰돼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LTE-R 테스트 모습.

LTE-R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LTE 기반 철도통신 기술이다. 열차운전과 시설 유지보수 시 열차와 지상 간, 열차와 열차 간 정보 교환에 쓰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원주~강릉선에 일반 철도 최초로 시속 250㎞급 LTE-R를 구축한다. 사업 규모는 약 400억원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경부고속(광명~동대구), 소사~원시, 서해선, 동해남부선, 중앙선, 동해선 등 사업을 잇달아 발주한다.

통신 사업자를 비롯해 장비업계, 단말 제조사가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원주~강릉선은 레퍼런스 확보 등 그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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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R 단계별 구축 적용 계획(출처:한국철도시설공단)

이에 앞서 지난해 부산지하철에서는 SK텔레콤, 삼성SDS-KT컨소시엄, LG유플러스-아이콘트롤스 컨소시엄, 현대정보기술 등 4개 컨소시엄이 경합해 SK텔레콤이 사업을 수주했다. 원주-강릉선은 부산지하철 LTE-R 사업 리턴 매치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 외 최소 한 곳 이상은 재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7월 4일 오후 6시까지 입찰참가자 자격등록을 받고 5일 오후 2시까지 입찰서 접수를 마감한다.

<원주-강릉 LTE-R 사업 개요 (자료:한국철도시설공단)>

원주-강릉 LTE-R 사업 개요  (자료:한국철도시설공단)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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