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특허침해로 베이징 당국에 제소한 중국 업체가 재무불능으로 경영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인터넷 거인 바이두가 이 회사에 투자, 돈이 목적대로 쓰이지 않는 등 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애플을 제소한 바이리(Baili) 선전 마케팅 서비스회사에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고 웹사이트도 삭제됐다”며 “주소가 등록 된 3곳을 가보니 사무실이 하나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선전에 본사가 있는 휴대폰업체 바이리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자사 디자인을 도용했다며 베이징시 지식재산권국에 애플을 제소, 최근 베이징시 당국으로부터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판매 중지 명령을 받아냈다. 이에 애플은 법원에 항소, 몇 달후 항소심이 열릴 예정이다.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판매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바이리는 중국에서도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휴대폰업체다. 그런 업체가 애플을 제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었다. 바이리 모회사는 2006년 설립된 디지원(Digione)이다. 설립자는 화웨이 소비자 부문 마케팅 임원을 지낸 쉬 궈시앙(Xi Guoxiang)이다. 디지원의 전 이름은 `선전시티 100/100 디지털 테크놀로지`다. 전직 직원과 회사 경영자료에 따르면 디지원은 지불불능 상태다. 빚이 총 자산보다 많다. 또 중국 모바일폰 시장에서 최근 1년간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디지원 변호사 앤디 양은 “바일리는 선전에서 여전히 운영 중이다.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바이리가 영업을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디자인 특허를 침했는지가 소송 핵심”이라고 말했다.
디지원 때문에 곤혹 스러운 건 애플만이 아니다. 중국 대형 인터넷업체 바이두도 울상을 짓고 있다. 액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바이두는 2013년 디지원에 투자했다.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담고 싶어서였다. 바이두는 디지원에 돈을 주면서 운용체계(OS) 연구개발(R&D)에 쓰라고 줬다. 하지만 디지원은 말을 듣지 않았다. 연구개발 대신 제조와 벤처기업 투자에 사용했다. 뒤늦게 이를 안 바이두는 자금을 회수하려 조정을 신청, 승리했지만 아직 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디지원 사건과 관련 한 애널리스트는 `노이즈 마케팅` 일환임을 시사했다. 그는 “(디지원이) 논쟁을 일으켜 판매를 촉진하려하는 것 같다”며 “소비자들은 이미 디지원 제품에 대해 낮은 품질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원 사건은 중국 스마트폰시장이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다 지난해부터 성장률이 뚝 떨어져 침체기에 들어선 것과 관련이 있다. 수십억달러 가치 샤오미가 나오자 제2의 샤오미를 꿈꾸며 신생 스마트폰업체들이 잇달아 생겼지만 대부분 디지원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두자릿 수 성장을 해온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2.5%로 급감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져 성장률이 1% 미만에 그칠 전망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