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우주 암흑물질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 입자 탐색에 앞장선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CAPP)`이 유럽입자연구소(CERN)와 함께 암흑물질을 탐색한다. 액시온 탐색에 두 연구단 기술과 인적 자원이 보완되면 액시온을 검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BS는 6월 초부터 CAPP와 CERN이 암흑물질 검출 공동 연구를 위한 실험장치 제작에 들어갔다고 20일 밝혔다. 실험은 향후 5년간 CERN에서 진행된다.
암흑물질은 발견하면 노벨상 수상에 도전할 수 있다. 노벨상이라는 영광과 우주 비밀을 파헤치고 기초과학 경쟁력을 입증하기 위해 암흑물질을 찾으려는 세계 각국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관측된 적이 없는 미스테리한 물질이다. 인간이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5%도 되지 않는다. 우주는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 효과를 주는 암흑물질 약 27%와 서로 밀어내는 효과를 주는 암흑에너지 약 68%로 구성됐다. 암흑물질은 우주 기원과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다.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군으로 윔프(WIMPs), 위스프스(WISPs)를 꼽는다. 윔프는 그동안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혀왔다. 세계 연구진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윔프 검출에 힘썼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다른 후보물질인 위스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위스프스 대표물질은 `액시온`이다.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은 액시온 관측을 위해 자체적으로 검출기를 제작하고 있다.
CERN에서는 2000년부터 태양에서 액시온을 검출하는 CAST(CERN Axion Solar Telescope) 프로젝트로 액시온을 탐색해왔다. CAST에는 12개국, 21개 기관, 100여명이 참여한다.
액시온은 강력한 자기장과 만나면 광자(Photon)로 바뀔 것으로 추정된다. CAST에서는 태양에서 방출되는 액시온이 초전도 쌍극자 자석의 자기장과 상호작용으로 변하는 순간의 신호변화를 탐색한다. 실험은 하루에 세 시간씩 태양을 관찰하고 데이터 분석을 한다.
우리나라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은 CAST가 태양의 액시온을 검출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액시온을 측정한다. 연구단은 마이크로파 공진기(금속으로 만들어진 속이 빈 구조물)를 초전도 자석으로 둘러싸고 공진기의 공명 진동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실험한다. 자기장의 세기가 클수록 액시온 검출 확률이 높아져 액시온 연구단은 강한 자기장을 구현하고 강력한 자석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진기의 민감도 향상, 극저온 기술 구현도 주요 연구 부분이다.
CAST는 국내 액시온 연구단에 공동연구를 제안해왔다. CAST에는 천체물리학과 입자물리학 분야의 우수한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다. 액시온 연구단은 공진기 민감도, 입자와 신호 측정 기술 등 보유 기술이 뛰어나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지난해 공동연구를 합의하고 계획을 세웠다. CAST-CAPP 공동 연구는 업그레이드된 2차 실험이다.
우선 CAST는 9테슬라(자기장의 세기) LHC(Large Hadron Collider) 프로토타입 자석을 설치한다. LHC 프로토타입 자석은 양성자 충돌 실험에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테스트를 거친 시제작품이다. 액시온 연구단은 정사각형 모양의 고주파 공진기를 제작·설치하는 데 주력한다.
◇인터뷰-야니스 세메르치디스(Yannis Semertzidis)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단장
“노벨상이 목표가 되어선 안 되지만 노벨상을 받을 만한 실험을 해야 한다. 그 실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질(퀄리티)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액시온 탐색은 재미나지만 어려운 시험이기도 하다.”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박사는 20일 제주도 중문 스위트호텔제주에서 열린 제12회 파트라스 워크숍에 참가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종신연구원이다. CERN 입자물리실험부문 선임연구원 출신으로 액시온 연구 대가다. 태양에서 오는 액시온 입자 검출 실험에도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세메르치디스 박사는 액시온 암흑물질 연구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굉장히 중요한 두 가지 투자를 하고 있다. IBS에서 액시온 연구단을 만든 것과 지하실험연구단에서 윔프 실험을 하는 것”이라며 “두 개 연구단은 세계에서 암흑물질을 이끄는 중요한 연구기관으로 마크하게 됐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액시온이 검출되면 가장 주목받게 될 한국인은 바로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다. 그는 연구원 시절인 1979년 `아주 가벼운 액시온(invisible axion)`을 창안하고, 액시온 입자를 예측하는 이론을 최초로 제안했다.
세메르치디스 박사는 “김진의 박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인 톱 리더 중 하나로 액시온의 아버지 격”이라며 “한국에 IBS 연구단이 출범하면서 그의 액시온 이론을 실험으로 검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액시온 연구는 국내 입자물리 분야뿐만 아니라 저온물리 분야 정밀실험 발전에도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매우 강력한 자석, 강한 자기장 안에 작동하는 고품질 공진기, 새로운 구조를 적용한 공진기, 극저온 증폭기 등을 개발해 액시온 검출을 더 앞당기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총 6대의 냉각기를 설치해 실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