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8>경제 위기 앞에서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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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경영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혜안(慧眼)이 있어야 한다. 혜안은 `사물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이다. 사물을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Beyond the obvious` 즉 보이는 것을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능력이다.

위기가 닥치는 순간 경영자는 많은 것을 빠른 시간 내에 올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혜안을 가지고 위기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할 것인가. 당연한 얘기지만 평소에 경영자로서 공부를 많이 해둬야 한다. 그래서 평소에 학습해 놓은 기본적 지식이 위기 상황에서 겪어 보지 못한 문제에 대해 지혜로 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혜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자기가 맡고 있는 영역의 위와 아래, 좌와 우를 두루 섭렵하고 경험해야 혜안이 생긴다. 현장에 대해서 모르고, 직원 심정을 모르고, 임원 실력을 잘 모르는 경영자는 혜안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위기에서 문제가 되는 기업 경영자는 임기만 채우고 곧 떠날 거라고 생각하는 뜨내기 사장인 때가 많다.

당해 연도 경영목표만 달성하고 운이 좋으면 한 번 더 연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지키는 사장이 의외로 많다. 이런 사장은 연구개발, 직원, 고객, 협력업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자신 홍보거리나 만들고, 노조와는 가급적 친하게 지내고, 윗사람 심기나 살피는 전형적인 월급쟁이 사장이다. 이들은 업무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 보면 아는 게 없다. 자꾸 물어 보면 사장이 그런 작은 일을 다 챙겨야 하느냐고 신경질까지 낸다. 사장이 회사 구석구석을 모르면, 그 모르는 일 때문에 언젠가 책임질 일이 생긴다.

혜안을 갖기 위해서는 탄탄한 정보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업이 리얼타임 엔터프라이즈(Real Time Enterprise)가 되어 실시간으로 모든 경영 숫자를 조회할 수 있고, 드릴다운(Drill Down)해 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숫자를 가지고 전체를 조망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전략을 실행해서 그 결과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그런 순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혜안이 생긴다. 그래서 최고경영자는 회사 내의 어떤 문제든 다 자기가 알려고 하면 별도 보고가 없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그런 경영정보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위기 시에 혜안이 필요한 이유는 위기를 꿰뚫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제 위기가 단기적인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것인지, 그래서 단기적 비용절감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는 자기 회사뿐만 아니라 자기 산업,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 흐름, 그리고 세계 경제까지 해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위기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다.

만약 자기 자신이 혜안이 없다고 생각할 때는 혜안을 외부에서 빌리는 수밖에 없다. 이런 때 흔히들 컨설팅 회사를 활용하나 이들의 작업을 감독하고 평가할 능력이나 실행력이 없으면 비싼 돈만 버리는 셈이다. 당장은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위기에 대해 잘 정리되는 것 같을 것이다. 그러나 컨설팅 업체가 자기들의 방법론을 들고 와서 그 방법론으로 문제를 정리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그럴 듯해도 실제로 실행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막상 위기 때 컨설팅을 받기 시작하면 대부분 비관론으로 흐르기 때문에 대부분 규모를 줄이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 경제 위기 때의 컨설팅은 결론이 뻔한 때가 많다.

자기가 잘 모를 때에는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코칭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주위에는 의외로 혜안을 가진 구루들이 많이 있다. 전임 사장이라든지, 전임 이사회 멤버, 전공분야 교수, 컨설팅 회사 고위 임원을 개인적으로 만나서 조언을 들으면 비용대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많은 경영자가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나 임원 보고에 의존해서 판단을 하는데, 경제 위기 시에 이들 보고는 면피용으로 왜곡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 위기에서 경영자는 일단 위기의 뿌리와 방향과 범위에 대해 혜안을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이 위기가 내부에서 출발한 것인지, 외부에서 들어 온 것인지, 아니면 기술 변화에 의한 것인지, 정부 정책 때문인지, 해외에서 발생한 것인지 등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심사숙고하고 예리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위기를 대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혜안을 길러서 미리미리 준비하고 대비해 두는 것이다. 미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위기가 닥치면 평소에 쌓아 둔 많은 외부의 인적 네트워크를 두루 활용해서 이들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좋다. 혜안으로 위기의 본질을 명확히 보면 대책도 자연스럽게 명확해진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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