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리퍼 제품이 국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프리미엄 중저가폰`이라는 시장의 흐름을 읽은 결과다. 아직은 수량이 많지 않지만 인기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제조사는 신제품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SK텔링크는 지난 7일부터 아이폰6플러스 리퍼폰 판매를 시작했다고 15일 밝혔다. 8월 말까지 한정 판매한다. 64기가바이트(GB) 대용량 제품의 출고가가 78만4000원으로 정상 제품보다 27만원가량 저렴하다. 데이터 중심 48요금제 기준 공시지원금 20만5000원이 지급돼 57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동통신사보다 할부원금이 40% 이상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애플 리퍼폰은 주로 사후관리(AS)에 사용됐다. 애플은 고장 난 아이폰을 가져오면 리퍼폰으로 교환해 준다. 일부 문제가 있는 제품을 새것처럼 만들어서 제공한다. 국내에서 중고 아이폰이 팔린 적은 많았지만 리퍼폰 판매는 드물었다.
상황이 바뀐 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다. `합리적 통신소비` 바람이 불면서 중저가폰, 그 가운데에서도 `프리미엄 중저가폰`이 인기를 끌었다. 프리미엄급 단말기와 비교해도 성능이 부족하지 않으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한 휴대폰이 잘 팔린 것이다. 삼성 갤럭시A 시리즈, LG K시리즈 등이 대표 사례다.
CJ헬로비전은 이 바람을 타고 지난해 4월 아이폰5 리퍼 제품을 판매, 좋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도 지난달 말 아이폰6S플러스 리퍼폰을 판매해 2주일 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동났다. 물량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별다른 홍보 없이 온라인으로만 판매해 이룬 성과여서 의미가 있다.
국내 휴대폰 제조업계는 아이폰 리퍼 제품 침투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신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퍼폰은 전파인증 등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쉽게 수입할 수 있어 업계가 더욱 긴장했다. 국내에서 한 번 전파인증을 받은 제품과 모델명이 동일한 제품은 따로 전파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고가 신제품 판매 정체 문제에 직면한 애플은 중저가 리퍼폰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인도에서 판매가 금지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고객 부담 최소화를 위해 리퍼폰, 중고폰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인기 있는 단말기는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속해서 공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