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개발한 고위험군 바이러스 다중 진단도구가 세계 최초로 유럽 CE(Communaute Europeenne) 인증 획득을 눈앞에 뒀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인증을 통과하면서 글로벌 진단도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전망이다.
피씨엘(대표 김소연)은 다중질병 진단도구 `Hi3-1` 유럽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달 중 CE 인증서를 받는다고 14일 밝혔다. CE 인증 획득 소식에 프랑스, 멕시코, 브라질 등 해외 기관과 기업이 연이어 러브콜이다. 국내에서도 병원, 유전체 분석 기업 등과 손잡고 사업에 본격 돌입한다.
Hi3-1은 혈액에서 다양한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검진하는 도구다. 현재 혈액만으로 △HIV(에이즈 바이러스) △HBV(B형 간염 바이러스) △HCV(C형 간염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매독 △말라리아 △HTLV(인체T림프영향성 바이러스) 등 고위험군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한꺼번에 확인한다. 산술적으로 64개 고위험군 바이러스까지 진단 가능하다.
기존 질병 진단도구는 대부분 한 번 검사로 하나의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확인한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핵산증폭검사(PCR) 역시 검출 병원균은 2~3개에 불과하다.
피씨엘은 `3차원 고정화 기술`로 한계를 극복했다. 나노 크기 다공성 고분자를 이용해 바이오마커를 3차원으로 고정한다. 기존 2차원 기반 진단도구보다 동일면적에 많은 양의 마커를 고정할 수 있다. 단백질, DNA 등 물질을 화학적 변형 없이 기판에 고정, 기존 진단 대비 1000배 이상 측정도를 높였다.
혈액을 이용한 진단검사 도구는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럽 허가기관에서는 가장 등급이 높은 4등급으로 관리한다. 5000개가 넘는 검체에 민감도 100% 결과를 요구한다. 피씨엘은 지난해 12월부터 유럽임상에 착수해 올해 2월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달 CE 인증서를 전달받을 예정이다. CE 인증을 받은 세계 최초 고위험군 바이러스 다중 진단도구가 된다.
김소연 대표는 “그동안 고위험군 바이러스 다중 진단키트 중 CE 인증을 획득한 제품은 전무했는데 국내기업이 세계 최초로 인증을 획득했다”며 “외국계 기업이 주도한 진단키트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기술적 우위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피씨엘이 겨냥하는 곳은 각국 혈액원 시장이다. 헌혈로 모은 혈액을 실제 사용하기 전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곳이다. CE 인증을 받은 만큼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한다. 브라질, 동남아 등 개도국 진출도 추진한다. 지난해 브라질 기업 REM과 100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도 병원, 유전체 분석 기업과 협업해 혈액원 시장을 공략한다. 여러 종류의 암을 한 번에 검사하는 도구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CE 인증을 계기로 유럽 내 판매를 시도하는 한편 브라질, 동남아 등 신흥국 진출도 추진한다”며 “내년 해외에서만 150억원 이상 매출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