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에너지저장장치(ESS) 입찰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 저가 공세에 밀려 대거 탈락했다. 매년 선정 업체 절반은 중소기업이 차지했지만, 올해는 8개 선정기업 중 두 곳뿐이다. 가격 평가 위주의 선정 기준이 바꾸지 않는 한 중소기업 설자리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 2016년치 주파수조정(FR)용 ESS 구축 사업자로 효성(PCS 48㎿)과 LG CNS(36㎿)·LS산전(32㎿)·우진산전(24㎿)이, 배터리 공급자로 LG화학(공급량 18㎿h)·코캄(13.5㎿h)·삼성SDI(12㎿h)·우진산전(9㎿h)이 각각 선정됐다. 효성은 기술·가격 종합평가에서 1위에 오르면서 한전 ESS사업 참여 3년 만에 첫 계약을 따냈다.
LG화학도 배터리 부문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해 단일기업 최대 물량을 가져갔다. 삼성SDI는 배터리 제조사 3사 중 코캄에 이어 3위를 차지했지만 4위 우진산전이 삼성SDI 제품으로 낙찰돼 합계 물량으론 가장 많았다. 올해 첫 입찰에 참여해 업계 주목을 받았던 SK텔레콤·두산중공업·한전KPS 등은 1차 평가에서 탈락했다.
올해 특징은 중소기업 수가 확인히 줄었다는 점이다. 당초 5개 중소업체가 PCS 분야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우진산전만 4위로 간신히 선정됐다. 전체 물량(140㎿) 83%(116㎿)를 효성·LG CNS·LS산전 등 대기업이 챙겼다. PCS·배터리 양대 분야 8개 선정업체 중 중소기업은 두 곳뿐이다. 2014년 선정업체(PCS 기준) 8곳 중 4곳이, 지난해 사업에도 4곳 중 2곳이 중소기업이었던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비율이다.
중소업계는 가격보다는 기술 중심 평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선정 평가 배점은 기술점수 80점, 가격점수 20점으로 배정했지만 PCS 분야 1차 평가에 통과한 7개 업체 기술 점수는 71점에서 77점으로 편차는 6점에 불과했다. 가격점수는 12점에서 18점으로 분포됐다. 기술점수는 배점만 높았을 뿐 변별력은 6점 차로 가격점수 배점과 같았다. 기술점수를 낮게 받아도 가격을 낮게 쓰면 선정될 확률이 높은 구조다.
중소기업 한 대표는 “대기업은 국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실적 확보를 위해 원가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참여해 중소기업은 감당할 수 없는 가격까지 내려간다”며 “기술점수 배점은 크지만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가격점수가 당락을 좌우해 사실상 최저가입찰제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저가 입찰 경쟁이 심화되면서 배터리와 PCS 공급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25%, 15%가량 떨어졌다. 사업 첫 해인 2년 전과 비교하면 배터리(1㎿h 기준) 가격은 12억3000만원에서 6억6000만원으로 절반가량 떨어졌고, 전력변환장치(1㎿기준)는 3억6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내렸다. 선정된 구축 사업자는 배터리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올 연말까지 김제·논공·울산·속초 등 변전소 네 곳에 FR용 ESS를 구축한다.
<2016년 한국전력 FR용 ESS 구축사업 사업자 선정 현황(자료:한전·업계)>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