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개 기업집단 618개 계열사는 9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즉시 각종 규제에서 해방된다. 대기업 딱지를 붙여 사업을 제한하고, 의무를 부여하고, 혜택을 축소한 38개 법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운영에 큰 장애물을 넘었다.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남았다면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50%까지 살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해도 사업을 하지 못한다.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4%까지만 살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기업집단을 제외한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50%까지 살 수 있도록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가 대기업에서 벗어나면서 계열 스타트업·벤처의 투자 유치에도 녹색불이 켜졌다. 벤처기업육성법,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은 각각 한국벤처투자조합과 중소기업창투사의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 대상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카카오는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계열 스타트업·벤처가 창투사 투자를 유치할 수 없게 된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개선과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정부의 신속한 추진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모바일 산업 혁신을 위해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혁신을 위한 도전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 최초로 지난 4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셀트리온도 각종 규제에서 벗어난다. 특히 연구개발(R&D)비 세액공제 혜택 축소 위기를 피했다. 셀트리온은 8%인 R&D비 세액공제 비율이 대기업집단 지정 후 3%로 줄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긍정적 부분도 기대할 수 있지만 아직 세부계획이 나오지 않아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며 “세부 계획이 발표되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스템통합(SI)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소프트웨어(SW)산업법상 대기업집단 계열사는 공공발주 SW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번 기준 개선으로 11개 기업이 대기업에서 벗어나면서 공공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되찾는다. 이 가운데 대외 활동이 활발한 한국전력공사 계열 한전KDN, 동국제강 계열 DK UNC, 태광 계열 티시스 활약이 기대된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개선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며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건전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현행 자산 기준 규제는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할 것이지만 지정 기준을 상향하고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유감스럽다”며 “기준 상향으로 37개 집단, 618개 계열사가 규제에서 벗어나 경제력 집중 심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 골목상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혜택이 축소되고,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기업을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기업은 상호·순환출자 금지, 공시 의무 등 규제를 이미 다른 법에서 적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에서 벗어나는 37개 기업의 618개 계열사 중 중소기업은 61개에 불과해 기존 중소기업에 돌아갈 혜택이 줄어드는 등 부정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수에 미칠 영향도 전반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이 세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바 없다”며 “전체적 상황을 고려하면 세수 측면에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지정기준 상향시 집단수 및 계열사 변화(자료:공정거래위원회)>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