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구조조정 추진 계획이 나왔다. 정부는 조선·해운업 등 `한계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마련한다.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큰그림을 그리고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산업 체질 개선에 나선다. 기업 부실관리 책임을 물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고강도 쇄신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조선·해운업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대규모 실업을 감안, 이달 안에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포함한 고용지원 방안도 발표키로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개혁은 우리 경제의 생존과 재도약을 위한 선택지 없는 과제”라면서 “남은 2년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인식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라도 방향을 정하고 서둘러 추진하겠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번 추진 계획이 충분한 소통과 사전 준비가 없이 진행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우선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출 방식으로 자본확충펀드에 참여한다는 것은 결국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내는 발권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발권력을 동원하려면 국민적 합의나 사회 공감대가 선결 조건인데 이 과정이 충족됐는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절차상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결정 과정을 놓고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번 대책은 기업 자구계획안에만 치중됐다는 지적이다. 지금 조선업 등 주력 산업은 공급 과잉으로 말미암은 한계사업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기업 인수합병(M&A) 등 통폐합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자구계획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국책은행이 떠안은 민간기업의 부실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연결되는 것도 문제다. 조선·해운업에 대한 부실 대출로 자본 확충이 필요해지면서 정부와 한은이 출자에 나서기 때문이다. 결국 나라 살림살이에 쓰여야 할 돈이 민간기업의 부실을 메우는데 쓰이는 셈이다.
게다가 구조조정의 시급성에 슬그머니 회피하려는 책임 소재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국책은행의 부실 지원과 정치 논리를 앞세운 관치 등의 진실은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이 아무리 속도가 생명이라 해도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우면 진행이 어렵다. 충분한 소통으로 사회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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