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사이언스 용어에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그대로 해석하면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이다.
컴퓨터는 솔직한 기기로, 입력 데이터가 좋지 않으면 출력 데이터도 좋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좋지 않은 결과 값이 나오는 것은 컴퓨터 잘못이 아니라 입력 데이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컴퓨터사이언스 용어였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속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의미와 비슷하다.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공지능(AI) 채팅로봇 `테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테이는 인종 차별, 히틀러 찬양 같은 댓글을 달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MS는 출시 16시간 만에 부랴부랴 사과하고 테이를 회수했다. 많은 사람이 테이를 비난했다. AI가 인간 사회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불안감이 생겨났다.
하지만 테이는 잘못이 없다. 테이는 컴퓨터일 뿐이다. 테이는 계속되는 질문에서 인간의 대화내용을 학습하며 진화하게끔 프로그래밍 됐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가 테이에게 악의성 대화를 학습시키면서 테이가 악의성 말을 쏟아낸 것이다. 좋은 결과물을 원한다면 좋은 것을 투입해야 한다. 나쁜 재료를 넣고 기계를 탓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AI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AI를 두려워하거나 위험한 것으로 전제하면 과학 발전은 이뤄지지 않는다.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얼마나 잘 활용할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허사비스는 “모든 강력한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AI는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게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AI가 악의 도구가 될지, 선한 도구가 될지는 결국 인간에게 달려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