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의 한중록]<9>YG-텐센트 1000억원 딜, 최선이었을까?

최근 YG엔터테인먼트가 중국 텐센트로부터 1000억원을 유치했다. 한국 최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중국 최고 IT기업에서 투자를 받은 것이 꽤나 화제였다.

텐센트 투자금 중 5500만달러는 3자배정투자(8.2%)며 3000만달러는 대주주(양현석) 구주를 매각(4.5%)한 것이다.

YG는 1000억원 투자를 받은 것이 아니라 650억원을 받은 것이고 텐센트에 총 12.7% 지분을 준 것이다. YG 대주주 양현석 지분율은 작년말 기준 23.28%에서 18%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중국에선 능력 있는 스튜디오가 드라마 제작을 하면 회당 제작비가 10억원을 넘어간다. 현재 제작중인 한 드라마는 회당 1000만위안(18억원)에 방송편성 제안을 받는다고 한다.

능력 있는 제작사는 방송편성만으로 제작비 회수가 끝난다. 인터넷 서비스(아이치이, QQ, 알리바바 등) 판권과 PPL을 감안하면 제작사는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

단순한 셈법으로 따지면 YG가 이번에 투자받은 650억원은 현재 중국시장에서 S급 드라마 한편 제작하는 비용이다. 중국에서는 그렇게 큰 투자금액은 아니다.

요즘 한류스타 몸값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드라마 혹은 예능프로 1회 출연료가 한국과 10배 정도 차이 난다.

한국 예능 4대천왕(유재석, 강호석, 김구라, 신동엽)이 한국에서 받는 1회 출연료 10배를 한류스타가 중국에서 받는다.

출연료보다 더 확실한 수입은 광고와 행사수입이다. 중국 드라마 혹은 예능에서 받는 출연료 15~20배가 기본이다. 반나절 정도 소요하고 벌어들이는 수입이 그 정도니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너도나도 중국 쪽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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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퍼틸레인 고문

YG의 1000억 투자 유치는 좋은 딜일까. 필자는 재무전문가가 아니니 어떤 관점에서 가치측정이 이뤄져서 YG와 텐센트가 투자에 합의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콘텐츠 유통파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현재 중국 콘텐츠 스트리밍 시장이 치열하다. 좋은 콘텐츠를 가진 쪽이 `갑`이지 플랫폼이 `갑`은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 제작 중인 드라마는 중국에서 선판매 되거나 혹은 협상 중이다. 중국 회사는 선판매뿐만 아니라 제작사에 투자까지 겸해서 진행하는 노련함을 보인다. 단발성 계약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하게 콘텐츠 공급을 받기 원하는 것이다.

중국 음악시장은 텐센트가 가진 QQ뮤직이 부동의 1위다. 하지만 YG음원이라면 QQ뮤직에서 부탁과 읍소를 해서 가져와야 할 판이지 유통채널 확보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받아야 할 이유가 적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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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빅뱅

중국 게임시장은 현지화와 유통구조라는 외국회사가 절대적으로 넘기 힘든 벽이 형성돼 있기에 현지기업과 협력, 그 중에서도 최고인 텐센트와 파트너쉽이 좋은 기회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유통채널이 양질 콘텐츠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어 한국회사가 좀 더 느긋하게 협상을 할 수 있다.

2005년 이전 국산 온라인게임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퍼블리셔가 경쟁하던 것처럼 지금은 중국 플랫폼이 국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린다.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모바일게임처럼 공급자가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뛰어다닐 시기는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투자 유치가 YG에게 최선의 결과일까, 의문이 든다. 물론 구주매각을 통한 대주주 개인 엑싯이 주요한 의사결정 이유 중 하나였다면 존중해야 한다. YG엔터테인먼트가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중국에서 좀 더 큰 성공을 거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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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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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

김두일 퍼틸레인 고문, 게임 칼럼니스트, dooil.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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