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 재기에 나서더라도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은행대출과 보증증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실패하고 정직하게 경영개선, 재기에 나서는 이른바 `성실 실패자`를 위한 재도전 지원책 개선이 필요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재도전 기업인은 부도, 파산, 회생절차를 겪으면서 신용등급 하락해 시중은행과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보증보험에서 발행하는 보증증권은 계약이행 등을 보장하는 증권으로 대기업, 공공기관과 거래 시 필요한 문서다. 신용등급이 낮으면 발급이 어렵다. 재기 기업인은 사업자금을 구하기 위해 친인척을 통한 자금 융통, 대부업체, 외상거래 등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회생절차를 마친 기업도 주홍글씨가 새겨져 금융권 대출은 어렵다.
김태헌 갑산메탈 대표는 올 1월 기업 회생절차를 마쳤다. 2011년 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4년 만이다. 갑산메탈은 산업기계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제작하는 업체다.
김 대표는 “10년 가까이 적자를 내서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시급했다”며 “만성적자에서 벗어나 2014년 3억7000만원, 지난해 약 2억원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고 빚은 회생절차를 밟으면서 약 12억원을 갚았다”고 말했다.
회사 경영 상태는 나아졌지만, 금융권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그는 “회사사정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도 많이 하락해 은행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향후 몇 년 동안은 협력사와 외상거래를 일정 부분 유지하고 자금이 부족할 때는 친인척에게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기업인은 작년 9월부터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가 원가절감에 성공하면서 이른 시기에 회생절차 종결을 앞두고 있다. 그는 공작기계 자동화 설비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직원 30% 감축, 재고부품 활용, 외주 가공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였다”며 경영상태를 개선했지만, 낮아진 신용등급으로 당장 성장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벽에 부딪혔다. 그는 “`계약이행 보증증권`을 발행해야 할 때가 있는데 낮은 신용등급으로 보증증권을 발급받을 수 없어 계약이 불발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재도전 정책이 단순히 실패한 기업인을 돕는 정책 프로그램이나 마중물 역할 펀드 조성에만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조사한 미국 사례를 보면 신생 기업 성공률 18%지만 재도전 기업 성공률은 20%로 더 높다”며 “실패가 낙인이 아닌 유용한 경험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청 재기지원 관련 사업은 올해 총 2550억원이 배정됐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재창업자금에 1000억원, 구조개선자금과 사업전환에 1550억원이 투입된다.
중기청 관계자는 “재도전 기업인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재도전에 방해되는 부분을 개선하고 후속자금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재도전 지원 융자사업 예산 및 내용
(자료:각 기관 취합)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