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웨이 특허전쟁]"화웨이, 특허소송 3년 전부터 준비했다"

“크로스 라이선스·브랜드 인지도 제고 위해 선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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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 애플에 이어 `제2 특허전쟁`이 발발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상호 특허 제휴(크로스 라이선스)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특허 소송을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전자신문과 IP노믹스가 두 회사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화웨이는 이미 2013년부터 삼성전자와의 소송에 대비한 특허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껏 칼을 갈아 뒀다가 적절한 시기에 본색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2013년 화웨이가 사들인 특허 수 최다

화웨이는 지난달 25일 삼성전자가 롱텀에벌루션(LTE) 이통통신 관련 특허 11건을 침해했다고 미국과 중국 법원에 제소했다. 화웨이가 해외의 다른 기업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는 이례로 성명을 발표하고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을 암시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통제 신호 전송을 위한 방법과 장치` 등 11개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특허 대부분은 2011년과 2012년에 특허를 출원해 2013년부터 등록이 완료됐다. 기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효력이 2013년부터 발생했다는 의미다. 특허는 출원 시점부터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 등록이 완료돼야 해당 국가에서 권리 효력을 가진다.

눈여겨봐야 할 특허는 `이동통신 단말기에서 조건부 업링크 시간 동기화 방법(미국 특허 등록번호 8885583)`이다. 특허는 샤프가 2011년에 출원한 것으로, 화웨이가 2013년에 사들였다. 소송을 거는 데 필요한 특허를 미리 사들였다는 것 자체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변리사는 “특허를 매입해 소송에 활용하는 사례는 드문 일이다”면서 “라이선스나 특허 분쟁을 미리 대비한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화웨이가 매입한 특허 건수 전체를 봐도 이미 특허 전쟁에 대비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화웨이가 2012년 한 해에 사들인 특허 건수는 24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2013년은 114건에 이른다. 2008년 특허 매입을 시작한 화웨이가 지난 8년 동안 사들인 건수로는 2013년이 가장 많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가 갖춘 특허 포트폴리오가 부족하거나 이미 다른 회사가 보유했을 때 비용을 지불하고 특허를 구입하기도 한다”면서 “단순히 제품 판매를 위해서라면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굳이 특허를 사들였다는 것은 향후 특허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다른 비즈니스`를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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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화웨이, NPE 공격으로 내성 길러

공교롭게도 화웨이가 특허 소송에 발을 들인 것도 2013년부터다. 특허관리전문회사(NPE)와 해외 업체에 특허 소송을 당하면서 본의 아니게 전쟁터에 참여하게 됐다.

2013년 어댑틱스는 화웨이에 4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벤처기업인 어댑틱스는 직교주파수다중분할접속(OFDMA) 원천 기술을 확보한 브로드스톱의 특허를 모두 인수했다. 그 이후 AT&T, 애플, ZTE 등 글로벌 기업과도 소송전을 벌이며 NPE와 유사한 행보를 보였다. 2014년에는 파르테논 유니파이드 메모리 아키텍처가 화웨이를 상대로 2건의 특허 소송을 걸었다. 지난해에도 류진 후지노마키가 화웨이를 상대로 4건의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류진 후지노마키는 일본에 위치한 NPE로, 화웨이를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구글 등에도 소송을 제기한 경험이 있다.

일부 전문가는 NPE 공격을 받은 화웨이가 특허 포트폴리오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분석한다. 한 특허 전문가는 “중국 기업이 다른 회사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기술을 베끼는 사례가 많아 특허 관리가 허술한 편”이라면서 “화웨이는 2013년부터 NPE 공격을 받으면서 특허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NPE 공격으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삼성전자 소송전에 십분 발휘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특허 침해로 협상을 진행한 시점도 이쯤이다. 화웨이는 2013년 7월 삼성 측에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협상을 시작했지만 실패,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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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은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 금지 소송 사건를 샐리 김(Sallie Kim) 판사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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