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앤런(Fun&Learn)을 추구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일은 재밌어야하고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평생할 일이잖아요. 가능한 주도적으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일이 재밌었어요”
이정희 쇼트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8월 부임했다. 국내 기업에서 대리로 근무하다 9년만에 외국계 회사 지사장이 됐다. 한국, 미국, 독일 기업에서 일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연구원으로 전자재료를 개발했다. 그 전에는 반도체 장비 업체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세제, 샴푸, 치약 등 생활용품을 팔기도 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영업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나이 45살이다.
“쇼트가 우리나라에서 전자재료 영업이 좀 약합니다. 현재 직접 영업을 뛰고 있습니다. 고객사를 만나며 독일 본사와 제품개발 협의를 합니다. 요즘은 제품 판매로 끝나는게 아니라 아이디어 단계부터 협력해 소재를 개발해야합니다. 올해는 현장(필드)에서 많이 뛸 계획입니다.”
쇼트는 1884년에 설립된 독일 유리 제조 기업이다. 전기레인지 상판유리 점유율이 우리나라에서 70~80%를 차지한다. 제약 분야에서 쓰는 튜빙유리는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40~50%다.
쇼트코리아 최근 3년 매출 평균은 2300만유로(약 300억원)다. 2020년까지 5000만유로(약 660억원)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최소 1~2년 테스트, 양산관리 등을 거치는 전자재료 특성상 2018년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날 것으로 이 대표는 예상했다.
그는 LG화학에서 6년간 근무했다. 전자재료와 공정 전반에 대한 이해를 쌓았다. 연구·개발보다 지식을 바탕으로 `밸류 있는 세일즈`를 하고 싶어 회사를 옮겼다. 나올 때 대리로 나왔다.
듀폰 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시작했다. 마케팅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글로벌 회사답게 듀폰은 배울 점이 많았다. 본사는 미국, R&D센터는 일본, 공장은 영국에 있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다. 세일즈가 잘 돼서 빠르게 진급했다. 4년 만에 부장을 달았다.
바스프 전자재료 총괄상무로 이직했다. 그 전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바스프 전자재료 연구소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성균관대학교에 연구소를 지었다. 연구소 위치 선정, 장비 투자, 인원 채용 등 많은 경험을 했다.
쇼트 코리아 대표로 오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사실 고생이 많았습니다. 결혼식 당일 새벽까지 테스트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6개월 동안 이틀 정도 쉬었던 것 같아요. 하루는 아버지께서 토요일에 연구소가 있던 대전으로 내려오셨는데 얼굴을 못 뵌 적도 있습니다. 얼마 뒤 암 선고 받고 돌아가셨습니다.”
직장 생활 초반 대형마트에서 생활용품을 정리했었다. 넥타이를 풀고 양복 바지를 반쯤 걷은 채로 물건을 진열했다. 하필 선반에 긁혀서 바지가 찢어진 상태였다. 그때 전 여자친구가 매장에 들어왔다. 창피한 마음에 몸을 숨겼다.
“벨류 있는 세일즈란 결국 좀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마음 같습니다. 벨류 체인에서 더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