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들이 1인당 1500만원을 들여 한국 벤처를 배우러 왔다.
한국 공부를 위해 학비와 체류비, 왕복항공권 등을 자비로 부담했다. 단 2주 동안 국내 사립대 3학기 등록금에 육박하는 금액을 투자한 셈이다. 거액을 들여 유학을 떠나는 현실과 대비된다.
중소기업청(청장 주영섭)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사장 남민우)은 미국 노스이스턴대와 협력해 `기업가정신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지난달 23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노스이스턴대는 지난해 프린스턴 리뷰의 기업가정신 교육 평가에서 미국 5위에 오른 명문이다. 기업-학생 협력 인턴십 프로그램을 미국 최초로 도입한 학교로도 유명하다.
미국 내에서도 명문대로 유명한 노스이스턴대 학생들이 한국행을 택한 것은 `벤처 교육 프로그램` 때문이다. 취업 대신에 창업을 꿈꾸는 이들은 한국 벤처기업, 학생과 한 조를 이뤘다.
한국과학기술대학교 학생 7명과 노스이스턴대학교 학생 17명이 벤처기업이 제시한 과제를 수행한다. 과제를 의뢰한 기업은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를 평가하고 이 평가는 학점에 반영된다. 학생들은 보스턴에서 2주간 교육을 받은 뒤 한국에서 2주간 머물며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학생들은 거액을 부담하면서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로 체계적 프로그램을 갖춘 한국 창업생태계를 이유로 꼽았다.
해나 브라운은 “한국 창업생태계가 크게 성장하면서 영어인력 수요도 커졌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정보화, 창업 생태계가 발달해 아시아 진출 발판으로도 적합한 곳”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다코타 토슨도 “미국은 어려서부터 창업을 권장하는 문화가 정착했지만 창업 지원 인프라는 잘 갖춰지지 않았다”며 “한국은 정부 주도로 창업 초기부터 단계별로 세심하게 인큐베이팅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한국 벤처, 창업 생태계가 성숙할 수록 학생과 벤처가 `윈윈`할 수 있는 국제 산학교류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다. 학생 입장에서는 이른 시기에 벤처 관련 활동을 경험하고 벤처기업은 비용을 줄이면서도 최신 정보에 민감한 대학생을 통해 현지시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글로벌 협업 성과도 기대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블루레오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어린이, 환자를 위한 전동 석션칫솔 해외진출을 위해 미국 시장 신제품 출시 기획안을 의뢰했다.
박종민 블루레오 해외영업팀장은 “`에스브러시(S-Brush)`로 명명했는 데 현지 바이어가 `소닉(Sonic)`과 `흡입(Vacuum)`을 합성한 `소닉-백(Sonic-Vac)`을 제안했다”며 “같은 제품명을 두고 한국인과 미국인이 갖는 인식이 달라 학생들에게 브랜드 네이밍 조사도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마케팅을 위한 해외 전시회 참가 시 수천만원이 드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학생들로부터 최신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채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노스이스턴대는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아이디어(IDEA)`를 통해 학생 주도 창업이 잘 이뤄져 교내 스타트업이 사회로 진출하는 비율도 50%에 육박한다”며 “창업 관련 경험과 의지가 많고 창업에 나서려는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내년 프로그램부터는 한국체류 기간을 4주로 늘리고 현장학습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선,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