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로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은 기업은 얼마나 될까. 임베디드 SW는 PC 등에서 사용하는 일반 SW와 다르다. 자동차, 항공기, 선박, 가전 등 특정한 제품에서 작동하는 내재화된 SW다. 디지털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머리라 할 수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 정부 조직 개편 시 산업 육성 권한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로 넘어갔다. 산자부는 “2012년 17조원 규모인 국내 임베디드 SW 시장이 2017년에 27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임베디드 SW에 대해 충격스런 이야기를 들었다. 정보기술(IT)과 SW 육성에 관심이 지대한 대학 교수로서 몇몇 전문가와 함께 정부기관을 방문, 임베디드 SW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예산 사정을 물었다. 나와 함께 간 일행 모두 귀를 의심했다. 돌아온 답이 1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경쟁력 키인 임베디드 SW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연간 예산이 고작 10억원이었다. 이러고도 우리나라가 제조산업과 SW산업의 경쟁력을 말할 수 있을까.
쥐꼬리만한 예산으로 국가 근간 산업을 지원한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임베디드 SW 솔루션 대부분이 외산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따라잡아야 할 SW 선진국도 우리보다 임베디드 SW 예산이 많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임베디드 시스템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 매년 400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 우리의 10억원과 많은 차이가 난다. 대학 SW 교육의 혁신 모델 확산에 나서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선정된 학교에 최장 6년 동안 연 평균 20억원을 지원한다. 정부 임베디드 SW 지원 예산이 대학 한 곳에 지원하는 예산보다 적다. 임베디드 SW 육성 임무를 미래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참관했다. 전시장을 꼼꼼히 둘러보고 충격을 받았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지만 앞으로 4~5년만 지나면 한국이 일본 전자제품을 누르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 강자로 떠오른 것처럼 중국이 우리를 제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엄습했다. 대기업 말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어떨까. 중소기업 역시 중국 기업에 위협을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위기감을 넘어 겁마저 났다. 중국은 미국, 유럽 국가 못지않게 엄청난 기업들이 진출해 전시, 홍보,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특히 드론, 3D프린트, 차세대 TV 기술 개발과 활용은 중국 잔치나 다름없을 정도로 강세였다. 다만 가상현실(VR)과 u-헬스케어는 미국이 앞서가고 있었다. 자동차 전장, 자율주행차 및 전기자동차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 준비도 한국이 중국에 뒤져 보였다. CES에 나온 한국 중소기업들이 대견하기보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전시 참가 및 지원도 각양각색이었다. 전시 공간과 위치도 한국은 중국에 비해 뒤졌다.
이들 첨단 제품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게 바로 임베디드 SW다. 임베디드 SW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견인차 역할이 절대 필요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리니라가 제2의 한강 기적, IT 강국을 뛰어넘어 새로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간 산업의 근간인 임베디드 SW 산업 육성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가 계속 강조하고 있는 `SW 중심 사회` 구현에도 일조한다. 우리가 말하는 SW 강국은 시스템 SW보다 임베디드 SW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임베디드 시스템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중소기업 전문성 확보 등을 위해 임베디드 SW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중장기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양재수 단국대 교수(경기정보산업협회장) js-yang1@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