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피에스, 합성장비 개발…지난 해엔 33인치급 출시
중소기업이 세계 최대 70인치급 그래핀 합성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그래핀은 전자 이동 속도가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른 신소재다. 그래핀이 상용화되면 음향 손실 없는 오디오 케이블이 등장하는 등 전자기기 성능 혁신이 가능하다. 그동안 난제로 돼 온 비싼 생산단가를 대면적 장비로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업체가 이 기술을 확보하면서 앞으로 시장 주도권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앤피에스(대표 남원식)는 1000×1700㎜ 사이즈의 대면적 박막 그래핀 합성장비를 국책 과제로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테두리 데드존을 제외한 그래핀 필름 유효 단면적은 900×1600㎜다. 70인치급 그래핀 필름을 양산할 수 있다. 양산 크기가 세계 최대 수준이다.
앤피에스 장비는 다음 달부터 국내 대기업 H사가 필름 신뢰성을 검증할 방침이다. 장비에서 그래핀 박막이 균일하게 형성되는 성능은 앤피에스가 자체 검증했다. H사는 과제 주관 기관으로 필름 신뢰성과 물성을 최종 검증한다.
남원식 앤피에스 대표는 “100×100㎜ 사이즈 장비로 처음 시험한 이후 면적을 매년 키워 오고 있지만 동일한 결과를 얻고 있다”면서 “6월부터 필름의 실제 성능을 검증하면 확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면적화 핵심 기술은 카파시트를 한 바퀴 말아 돌리면서 그래핀을 합성하는 `롤 공정`이다. 지금까지는 카파시트를 평면 형태로 거치해 그래핀을 합성했다. 롤 공정을 채택하면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량도 줄인다.
새 장비는 기존 500×600㎜(약 33인치) 장비보다 면적이 5배가량 늘었다. 거치형 공정 장비로는 70인치 장비에서 5배 전력을 소모해야 한다. 하지만 롤 공정 채택으로 전력 소모량은 1.5배 증가에 그쳤다.
앤피에스는 지난해 33인치급 그래핀 합성 장비를 첫 출하한 데 이어 이번에 대면적화에 성공했다. 33인치급 장비는 지난해 3월 국내 대기업에 공급했다. 이 장비 역시 당시 세계 최대 면적 장비여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래핀 대면적화는 상용화 핵심 기술로 꼽힌다. 대부분 연구용 그래핀이 100×100㎜ 면적으로 상용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생산 단가가 높은 것은 물론 소재 활용에도 한계가 있다. 70인치급 대면적 필름을 양산하게 되면 단가를 낮추고 활용도도 높일 수 있다.
그래핀은 전자 이동 속도가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고 구리보다 10배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강철 200배 이상 강도에 신축성까지 갖췄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투명 전극, 초경량 구조체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오디오 케이블에 적용하면 음향 손실이 거의 없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높은 단가, 양산 기술 미비로 시장 개화가 더뎠다. 우리나라가 양산 기술을 선제 확보하면 미래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양산하면 케이블, 시트 등 다양한 응용 제품을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남 대표는 “그래핀은 뛰어난 물성에도 단가와 공정 문제로 시장이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면서 “대면적 장비는 최종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추고 응용 제품도 다양화할 수 있어 그래핀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