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하도급 분쟁이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분야 SW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제한된 후 중소기업 참여가 늘면서 이들 기업 간 미지급 대금을 놓고 소액 분쟁이 늘었다. 사업 발주 단계부터 정확한 금액을 산정해 발주하면 대금 갈등을 줄일 수 있다.
24일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도급 분쟁조정 건수가 23건으로, 2014년 6건에 비해 4배 늘었다.
SW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는 빠르고 자율적 SW하도급 분쟁 해결을 위해 1997년 한국SW산업협회가 설치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에 따라 전문 분야별로 설치, 조정 결과에 따른 합의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
분쟁조정 접수건수는 2012년 8건, 2013년 12건, 2014년 6건으로 평균 10건 내외였다. 지난해 23건은 이례적 수치라는 게 SW협회 설명이다. 분쟁이 발생한 대표적 이유는 하도급대금과 관련 내용이다.
지난해 총 71건 신고유형(중복 포함) 중 `하도급대금 미지급(20건)` `하도급대금조정의무위반(12건)` `부당 감액(7건)` `부당하도급 대금결정(5건)` 등 하도급대금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2012년부터 대기업참여제한 이후 중소기업 간 도급과 하도급 관계가 형성되면서 분쟁이 급증했다. SW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쟁이었고 건당 분쟁 규모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정도였다”며 “지난해는 대부분 중소기업 간 분쟁으로 건당 규모는 1000만원에서 1억 미만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쟁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사업 발주자 역량 미흡을 지적했다.
공공 SW사업은 발주 후 추가로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비용을 받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에서 이미 정한 예산 외 추가로 예산을 신청해 받기 어렵다. 이 비용은 참여한 SW사업자와 하도급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이를 감당하지만 중소기업 도급자에게는 힘들다. 다시 중소기업 하도급자에게 영향을 준다. 중소기업 간 하도급 분쟁이 발생하는 구조다.
분쟁조정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관계자는 “지난해 대금 미지급 관련 분쟁을 조정하다보면 공공사업 발주자가 처음부터 사업 금액을 제대로 발주하지 못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예전에는 대기업이 이 역할을 수행했지만 공공 발주자는 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분쟁이 지난해보다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까지 조정 신청 건수는 7건이다. 지난해보다 누적 건수가 높다.
SW협회 관계자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며 “분쟁조정위원회는 무료로 진행되고 기간도 한 달 정도면 조정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적극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하도급분쟁조정 처리실적 (출처:한국SW산업협회)>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