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만 하면 주목받는 곳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다.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진파를 수집, 분석하기 때문에 땅 흔들림이 인공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자연스런 것인지를 바로 가려 낼 수 있다.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통합지진탐지연구실 책임연구원은 1982년부터 34년째 물리탐사 및 지진분야에서 일해 온 베테랑이다. 최근`올해의 KIGAM인 상`을 수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물리탐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프랑스 조셉 프리에 대학에서 지구물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진연구센터장, 국토지질연구 본부장, 선임연구본부장, 원장 직무대리 등을 지냈다.
이 책임연구원은 물리탐사 전문가이다 보니 북한 및 핵과 관련된 업무를 유난히 많이 했다. 1990년대 중반엔 국방부 땅굴탐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레이터토모그래피, 탄성파토모그래피 등 땅굴탐지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을 자문했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UN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기구(CTBTO) 워킹그룹 전문가로 활동했다. CTBTO 핵실험 현장사찰 예비 사찰관, 저주파 음파전문가 그룹 멤버 등도 맡았다.
2010년 북한 2차 핵실험 후 `인공지진 탐지체계 및 지진통합 네트워크 운영` 과제를 맡아 지진자료 실시간 분석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때 함께 개발한 것이 지진통합 네트워크 안정화 기술이다.
2004년엔 지진통합관측망 운영 및 신속경보 시스템 개발 연구에 참여했다. 이때 도시가스와 인천공항, 고속전철 지진대응 시스템도 함께 개발했다.
“프랑스에서 유학해서인지 프랑스 원자력청(CEA)에서 개발한 공중음파 신호분석 SW(WinPMCC)를 도입,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 공중음파 신호분석 시스템을 개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지금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책임연구원이 지질자원연구원에서 처음 개발한 기술은 항공물리탐사 자료처리 시스템(KADIPS)이다. 이를 이용해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항공자력도와 항공방사능도를 만들었다.
지진연구센터가 지진분야 국내 최고 조직과 체계를 갖추는데 크게 기여했다. 2002년부터 약 3년간 그리고 2009년부터 약 2년간 두 차례 지진연구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6명의 연구원으로 시작한 연구조직을 30명 규모로 확대했다. 3300㎡(1000평) 규모로 지진연구동을 신축했다. 중국에 설치한 7개의 한·중 공동운영관측소를 포함해 총 53개 지진관측소로 구성된 지진-공중음파 관측망도 구축했다.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지진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북한 핵실험을 2분 이내에 탐지·분석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 책임은 이외에 국방부, 기상청, 소방방재청, 정보사령부, 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등에서 지진방재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책임연구원은 “지진연구는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인가 아닌가를 따지기 전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 재해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지속적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