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프트웨어(SW)가 정부 발주 사업에서 기술 점수는 앞섰지만 사업 수행실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외 제품에 밀리는 사례가 발생했다. 국산 SW업계는 수행실적 평가가 후발 주자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수행실적 점수 폭을 조정하고 피해업체 사례를 파악,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SW기업이 최근 행정자치부가 발주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구매 사업에서 기술 점수는 높았지만 수행 실적에서 밀려 최종 탈락했다.
공공SW 사업은 대개 기술점수(90%)와 가격점수(10%)를 합산해 점수가 가장 높은 사업자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정한다. 사업 수행실적은 기술 점수에 포함된다.
행자부 사업에 외산 제품을 제안한 A사가 받은 점수(100점 만점)는 95.38점이다. 국산 제품을 제안한 B사는 94.54점을 받았다. A사와는 0.84점 차이다.
B사는 구축 사례 실적에서 밀려 A사와 점수 차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사업 평가에 참여한 8명의 평가위원이 제출한 항목별 점수표를 보면 `기술 및 기능` 분야에선 외산 제품이 평균 23.81점, 국산 제품이 24.22점으로 0.41점 높다. 입찰가격 점수도 국산 제품은 10점 만점을 받아 외산 제품보다 0.34점 높았다.
하지만 국산업체는 수행실적 분야에서 외산업체에 밀려 최종 선정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사업 수행실적 평가 기준은 최고 7점, 최저 4.9점이다. 외산 제품은 시장에 나온 지 5년이 넘었지만 국산 제품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국산은 이렇다 할 수행실적을 제출하지 못해 최저점을 받았다.
수행실적은 모든 공공사업 평가 기준의 하나다. 제품 안정성을 판단한다. 업계는 수행실적 평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후발 주자에게 장벽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공 입찰에서 최저와 최고 점수 차이 2.1점은 최종 순위를 결정짓는다.
국산 SW 업체 공공영업 담당자는 “수행실적이 최종 제품 선택 결과를 좌우한다면 기존의 시장을 장악한 외산 SW 업체만 계속 유리할 것”이라면서 “국산SW 업체는 대부분 후발 주자인데 이런 상황이라면 기술이 좋아도 번번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평가 기준을 일괄 운영하지 말고 사업 특성에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SW업계 관계자는 “국가 중요 사업이나 금융 관련 분야는 제품의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업 수행 실적을 무시할 순 없다”면서도 “안정성에 큰 문제가 없는 사업에 한해선 수행실적보다는 제품 성능과 가격 측면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의 제품을 쓰도록 실적 점수 비율을 낮추거나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공공사업 발주 시 사전 규격 공개가 의무화됐기 때문에 의견 개진 절차를 반드시 거치고 있다”면서 “(이번처럼) 불합리하거나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조달청을 거쳐 합리적으로 점수대를 조정하거나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