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GM 합작, 최대 1조원 발주 나온다…'보릿고개' 장비업계 수주 기대감

美 합작공장 설비 투자
이르면 연내 구매주문
환경규제 대응 조기발주
장비업계에 '단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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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삼성SDI 사장(가운데)과 컬트 켈티 GM 배터리셀&팩 총괄 부사장(오른쪽)이 지난달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SDI-GM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와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에 최대 1조원에 이르는 설비를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장비업계에 '단비'가 될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연말까지 GM 합작공장에 장비를 납품하는 협력사 선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부 협력사는 장비 입찰을 위한 견적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 이전에는 구매주문(PO)이 나올 전망이다.

배터리는 전극 공정, 조립 공정, 활성화 공정 등을 거치면서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된다. 각 공정 장비는 제작에 1년 내외가 소요돼 '선(先)' 발주가 필요하다. 통상 공정 중 가장 앞단에 해당하는 전극 공정 장비부터 순차적으로 PO가 시작된다.

삼성SDI와 GM은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각형 배터리 합작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초기 생산 능력은 연간 기준 27기가와트시(GWh)로, 양사는 향후 36GWh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양사 투자금 4조6000억원은 부지 확보와 건설 비용이 모두 포함된 금액으로 배터리 업계에서는 장비 투자의 경우 최대 1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10GWh 규모 투자에 총 1조원이 필요한데, 생산 능력이 최대 36GWh인 양사 합작공장은 장비 투자에만 조단위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합작공장 가동 목표 시기는 2027년으로 약 3년이 남았지만, 삼성SDI가 GM과 미국에 처음으로 구축하는 배터리 생산 기지인 만큼 장비를 조기 발주할 것으로 보인다. 인디애나 주정부의 환경 규제도 까다로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선제 PO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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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P6 각형 배터리. (사진=삼성SDI)

장비업계는 양사 JV 설비 수주를 따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장비사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제조사의 투자 일정 연기로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삼성SDI의 대형 투자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장비 납품이 지연되고 신규 수주도 감소하면서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난관이 많았는데, GM과 JV 프로젝트로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SDI 투자에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PO 확보를 위한 장비사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믹싱장비는 제일엠앤에스, 전극 공정 장비는 한화모멘텀·씨아이에스, 조립 공정 장비는 필에너지·우원기술·엠오티 등이 삼성SDI와 거래해왔다. 또 활성화 공정 장비는 원익피앤이·갑진, 검사 장비는 이노메트리·에스에프에이, 물류 장비는 세메스 등이 협력사로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원가 절감과 신기술 도입 차원에서 현재 협력사 외에 신규 장비사로부터 설비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GM JV 공급망에서는 기존 구도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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