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비이소프트 소송전…공공기관 기술 도용 의혹도
핀테크 융합사업이 늘면서 `기술 베끼기`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대형 금융사와 공공기관까지 스타트업 기술 도용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고발 사태까지 이어지며 기술 탈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디어 도용과 기술 모방 등 정확한 보호 장치 부족과 분쟁에 대비한 사법 시스템 정비 등 취약한 제도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기술 베끼기 분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우리은행의 기술 탈취를 1년여 동안 주장해 온 비이소프트 대표는 최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핵심은 비이소프트가 금융보안 솔루션 서비스를 우리은행에 제안했지만 이후 우리은행이 기술을 도용해 자체 개발, `원터치 리모콘`을 출시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비이소프트 대표 주장을 허위로 판단했다. 우리은행은 일단 중소기업 기술 탈취 누명을 벗었다. 그러나 비이소프트는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은행 직원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까지 공개하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이소프트 기술은 이미 다른 벤처 기업이 독자 출원했다가 공개된 후 거절 결정돼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기술”이라면서 “우리은행 원터치 리모컨은 독자 특허 출원한 기술로, 비이소프트 유니키 기술은 특허 출원만 됐을 뿐 심사 과정도 거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비이소프트 측은 “검찰이 우리은행 기술 도용 가능성을 지적한 변리사 2명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대형 로펌을 앞세운 우리은행의 입장만을 수용한 검찰을 믿을 수 없어 항소를 통해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반박했다.
공공기관의 스타트업 기술 도용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청은 지난 2010년부터 사기거래 예방을 위해 `사이버캅` 서비스를 하고 있다. PC, 스마트폰에서 거래할 사람의 은행 계좌번호나 전화번호를 검색하면 사기 거래나 범죄 연루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더치트(대표 이화랑) 기술 모방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사이버캅 상용화 전 경찰청은 더치트 정보를 활용했다. 사이버수사 담당 경찰관 대부분이 더치트 서비스를 이용했다. 사이버캅 서비스 상용화로 더치트는 시중은행과 진행하던 공동사업까지 중단됐다.
핀테크 송금 분야에서도 비바리퍼블리카의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TOSS)` 기술 일부를 카카오가 모방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송금(카카오송금)`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 구조 등 상당 부분이 토스 기술을 차용했다는 의혹이다. `펌뱅킹(Firm Banking)망 계약`으로 불리는 서비스 계약 구조와 은행 계좌 본인 인증 방식(1원 인증), 테스트용 1원 송금 기능, 사용자환경(UI) 등이 같다.
이처럼 기술 도용과 베끼기 논란은 핀테크 사업 붐이 일면서 증가세다.
정부는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 기술 보호를 위해 `범정부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영업비밀 등을 침해했을 때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영업 비밀에 관한 구체적인 보호 가이드라인 부재, 소송으로 이어졌을 때 이를 판단할 기술심사 사법 인력 부족, 아이디어를 포함한 기술 도용 범위의 모호함, 핀테크 등 신생 기술 기반 특허 보호 방안 등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김경환 민후 대표 변호사는 “핀테크 관련 특허는 컴퓨터 관련이나 비즈니스모델(BM) 발명이 많은데 후발주자를 견제하는 선발 주자는 권리 범위가 넓고 모호해서 소송을 진행하기가 쉽고, 후발 주자는 기술 내용을 획기적으로 변형하지 않는 한 선발주자 특허와 유사하다는 꼬리표를 떼어 내기 어렵다”면서 “이런 특성 때문에 앞으로 핀테크 관련 특허 소송은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기술 유사 사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전담 법률 전문가를 정부 차원에서 양성하고 비밀유지계약(NDA)을 반드시 의무화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유사 서비스 비교(자료-각사 취합)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