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인간 게놈` 논의가 미국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돼 파장이 일었다. `인조 인간 게놈`은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생물학적 부모 없이 인간을 만들려는 논의여서 논란이 뜨겁다.
1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인간 유전체(게놈) 전체를 합성해 `인조 게놈`을 만드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유수 과학자들이 비밀회의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심각한 윤리 논쟁이 예상되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이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 학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미디어스쿨에서 지난 10일 열린 회의는 인간 게놈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약 150명 과학자가 참석했다. 주최 측은 과학자들에게 보낸 참석 초청장에서 이 프로젝트의 일차적 목표를 “10년 안에 세포계 안의 인간게놈을 모두 합성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미팅 내용을 뉴스미디어에 알리거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지 말 것을 주문 받았다. 이전에도 인간게놈 계획이 있었다. 이전에는 인간 DNA를 구성하는 30억개 염기쌍 배열을 해독(reading)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회의는 더 나아가 30억개 염기쌍을 인간의 손으로 작성(writing)하는 차원이다. 회의 명칭도 `인간게놈프로젝트-작성(HGP-Write)`이었다.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다. 하지만 현실화할 경우 생물학적 부모 없이도 게놈 합성을 통해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인간(human being)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회의가 폐쇄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학계 내부에서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 이 때문에 드루 엔디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부교수와 로리 졸로스 노스웨스턴대 의학윤리 및 인문학과 교수 등 일부 과학자는 초청을 받고도 참석하지 않았다. 불참자들은 이번 비밀 회의를 비판하면서 “아인슈타인의 게놈을 배열하고 합성하는 것이 옳은가? 만약 그렇다면 몇 개의 아인슈타인 게놈을 만들어 세포에 이식해야 하며 누가 그렇게 할 것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엔디 교수는 10일 트위터에서 “당신들이 제안한(인간 게놈 합성) 연구 논의를 비밀리에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건 무언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한 하버드대의 조지 처치 유전학 교수는 해당 프로젝트 목표가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생물의 세포 전반에 걸쳐 게놈 합성 능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비공개 진행은 회의에서 다뤄진 논문이 국제 학술지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며 윤리적인 문제 역시 초반부터 충분히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현 기술 수준에서 합성 가능한 염기쌍은 200개 정도지만 합성 과정이 극히 어렵고 오류도 잦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