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만화는 오랜 세월 한국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1970년대나 1980년대 종례 시간이면 담임선생님이 던지던 주의사항이 있었다. “오늘 교육청에서 특별 점검이 있다고 연락 왔다. 만화방, 극장, 오락실에 절대 가지 말도록.”
당시 만화방, 극장, 오락실은 소위 `불량업소 3종 세트`로 간주되어 모범생은 절대로 가면 안 되는 시설이었다. 하지만 부모나 선생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자식이 어디 있는가. 나도 어린 시절 어머니 몰래 만화방에 가곤 했다. 한여름에 선풍기 아래 쭈쭈바를 빨며 보던 만화는 어찌 그리 재미있었던 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음지 산업이던 만화가 2000년대 들어 양지 산업으로 변신 중이다. 산업을 넘어 온라인게임처럼 21세기 한국판 르네상스를 주도하는 혁신이 시작됐다.
웹툰을 연재하는 플랫폼만 30여개고 7000개가 넘는 작품이 쏟아진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게임을 방불케 하는 열기다.
웹툰의 중요한 가치는 아이디어 보고(寶庫)라는 것이다. 웹툰은 낮은 진입 장벽과 표현의 자유 때문에 콘텐츠 산업 소스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망가`로 불리는 만화가 이런 역할을 했다. 일본 만화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콘텐츠 산업 뿌리로 작동한다.
웹툰은 이미 소스 콘텐츠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 기안84 작가 `패션왕`이나 주호민 작가 `신과 함께`는 영화화됐거나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웹툰 캐릭터를 이용해 메신저 이모티콘을 만들거나, 기업이나 상품 광고를 만화로 제작하는 브랜드툰도 늘고 있다.
네오위즈는 웹툰 `마음의 소리`를 모바일게임으로 개발했다. 연재가 끝난 웹툰을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경우도 많아 네이버 웹툰 60% 정도가 종이책으로 출판됐다. 웹툰의 이런 자생적 에코시스템 구축과 확장 과정은 한국 온라인게임 전성기와 유사하다.
최근 만난 기자가 물었다. “웹툰이 온라인게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나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정부 리스크죠.”
온라인게임이 각광을 받자 정부는 뒤늦게 육성한다고 뒷북을 치다 규제로 돌아서 산업에 치명상을 안겼다.
웹툰 산업에도 이런 조짐이 보인다. 2018년까지 매출 1조원, 수출 1억달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발표는 `리스크` 시작이다. 육성 효과도 의심스럽고 다음에는 반드시 규제가 따라오니 말이다.
박재동 화백은 이렇게 이야기 한 바 있다. “과거 만화는 청소년들의 유일한 문화콘텐츠였다. 하지만 정부는 유해물질이라는 낙인 아래 만화책을 불태우며 억압했고, 지금은 진흥법을 만들어 죽은 산업을 살리려 한다.” 정부가 깊이 고민해볼 만한 언급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jhwi@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