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자에서 파트너로…스타트업-대기업 동반자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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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이 대기업 사업 파트너로 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벤처생태계에서 대기업이 새로운 역할을 찾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롯데는 고등학생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가상현실(VR) 체감 진동 기술을 계열사인 롯데월드에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SK는 자사 모바일지갑 서비스에 스타트업이 개발한 소비내역 분석기술을 도입한다.

대기업은 신성장동력을 스타트업에서 찾고 스타트업은 대기업 거래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델이다.

이전과 달리 스타트업은 사업규모는 작지만 대기업과 대등한 관계를 갖는다. 대기업이 갖지 못한 기술력을 스타트업이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기술 수준이 미흡한 부분을 스타트업으로 보완한다.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새로운 벤처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9일 롯데 액셀러테이터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핀테크 스타트업 쎈스톤(SSenStone)과 원스톱 로그인 시스템 구축을 논의 중이다. 쎈스톤은 핀테크 전문 스타트업으로 롯데 액셀러레이터가 키우는 15개 스타트업 중 하나다. 쎈스톤은 OTG(On-The-Go) 단말기나 공인인증서 없이 패스워드만 입력하면 인증이 가능한 기술을 갖췄다. 롯데는 쎈스톤 기술력을 활용해 번거롭던 금융사 로그인 절차를 원스톱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롯데월드는 VR와 체감 진동 기술을 활용한 놀이기구 상품화를 두고 리얼햅틱스(realhaptics.)와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이현세 대표가 이끄는 리얼햅틱스는 VR영상에 맞춰 진동 자극을 주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VR단말기를 쓰고 진동 복장을 입으면 VR영상에 따라 해당 부위에 진동이 오는 시스템이다. 원가를 절감해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SK플래닛도 전자지갑앱 `시럽월렛`에 소비내역 분석 서비스를 상반기 중 추가한다. 텐큐브와 제휴하면서다. 텐큐브가 개발한 `클립(QLIP)` 서비스를 활용해 사용자 소비성향을 그래픽 자료로 보여준다. 사용자가 술을 많이 사면 `애주가`라는 호칭과 함께 소주병 그림이 그려진 분석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사용자는 자주 사는 품목, 지불 금액을 한눈에 확인한다. 소비패턴에 맞게 할인쿠폰을 제공하기도 한다. 텐큐브는 SK플래닛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101 스타트업 코리아`를 거쳤다.

2011년 설립된 크레모텍은 피코 프로젝터를 개발한다. 피코 프로젝터는 소형 빔 프로젝터를 말한다. 크레모텍은 SK텔레콤 `브라보! 리스타트(BRAVO! Restart)`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는 SK텔레콤 거래사로 격상됐다. 작년부터 SK텔레콤 스마트 디바이스 브랜드 `유나이티드 오브젝트(UO)`를 달고 소형 빔 프로젝터 `UO 스마트빔 레이저`를 출시했다. 빔 프로젝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지난달에는 일본 타이세이 익스프레스와 3억엔 규모 수출계약을 맺었다.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며 “카카오가 김기사를 인수하고 삼성이 루프페이를 인수한 것처럼 대기업도 우수 스타트업에 투자, 인수해 혁신제품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에서도 스타트업 육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다른 대기업도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워내는 적극적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기업이 스타트업 기술을 활용할 때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상생하는 협력관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자료:각사 취합)

수혜자에서 파트너로…스타트업-대기업 동반자 `윈윈`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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