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관련 협상 최대 쟁점인 재발방지 대책이 타결됐지만 노동단체 반올림은 여전히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노숙 농성을 이어가 각층의 빈축을 사고 있다.
9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퇴직자 모임인 `반도체를 사랑하는 모임(반사모)`의 문상영 회장은 “반올림의 이 같은 농성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논란만 부추기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경제 성장엔진을 `죽음의 산업`으로 묘사하는 반올림은 억지 주장을 그만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발족, 연말까지 자사와 협력사 퇴직자를 대상으로 직업병 보상 신청을 받았다. 110여명이 보상금을 받아갔다. 신청자 대부분이 보상금을 받았다. 이 중에는 반올림에 산재 신청을 부탁했던 이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보상금을 받는 이들에게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발병자와 가족 아픔을 헤아리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힌 사과 편지를 직접 전달했다.
그러나 반올림은 “사과와 보상 문제를 우리와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재발방지 대책 협상 타결과 더불어 보상, 사과 등이 개별 협상으로 마무리된 상태인데도 반올림이 `우리와 논의해야 한다`며 노숙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는 이 일이 매듭지어지면 조직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객원교수는 “반올림은 실제 피해 주장자를 위한 빠른 문제 해결보단 이슈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으로는 삼성 내부로 들어가 회사 주요 결정사항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만큼 과학·통계적 근거보단 단순 이슈화에 계속 몰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무실 이동으로 서울 강남역 삼성 서초사옥에는 삼성전자 직원이 근무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강남역 인근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왜곡된 사실을 전파하며 존재 이유를 알리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는 설명했다.
국내 직업환경의학 전문가는 “반올림은 삼성전자 전·현직 직원 중 암 발병자,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삼성 탓`이라고 호도한다”며 “이런 주장이 계속되는 바람에 대한민국 내 직업성 암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왜곡됐다”고 말했다. 문상영 반사모 회장은 “반올림은 왜곡 주장을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