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내 전기차 충전기가 많아지면서 단지 또는 동별 수전용량 초과 우려가 높아졌다. 엘리베이터 등 전력 사용 기기 정지나 심할 경우 집단 정전까지 우려된다. 전기차 비사용 입주자가 수천만원씩 드는 설비확장에 반대하면서 전기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자칫 입주자간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대중 확산을 앞두고 관련 제도 손질과 수전용량 확대와 같은 전력당국의 대책이 있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해당 지자체와 전기차업계에 따르면 제주도 L아파트(서귀포), S아파트(제주) 단지에 각각 18명, 9명이 전기차 민간 보급 공모에 참여했지만 가정용 완속충전기(7㎾h급) 설치를 위한 입주민 동의를 얻지 못해 전기차 구매가 좌절됐다.
전기차 보조금까지 신청 해놓고 중도 포기자도 속출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 초창기에는 충전기가 설치된 전용 주차면 확보 때문에 주민동의를 얻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전기차 신청자가 늘면서 이제는 수전용량이 발목을 잡았다.
공동주택 비중이 특히 높은 서울·수도권으로 전기차 확산이 전면화되기 전에 당국 차원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수전용량은 건설 시기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여유 용량은 100㎾에도 못 미친다. 결국 전기차 완속충전기(출력량 7㎾h) 10개만 넘게 가동하면 엘리베이터나 공동시설 조명 등 사용이 제한되고, 과부하로 자칫하면 정전 사고로도 번질 수 있다.
제주도 H아파트 관리소장 정모씨는 “최근 입주민 여럿이 신규 전기차 구매를 위해 주민동의를 얻으려 했지만 수전용량이 부족한데다, 수전설비를 늘릴 비용도 없어 애초부터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아파트는 수전용량을 회피할 대안이 없는 한 충전기 설치를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제주도는 담당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 입주민을 설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올해 배정된 전기차 민간 보급 목표 물량을 채우기 위해서다. 제주도 관계자는 “아파트단지 입주민 회의에 참석해 주민을 일일이 설득해 단지 내 충전기 설치가 어려울 경우, 아파트 외부 인근에 설치를 유도하고 있지만, (설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수전설비 증축에 필요한 설비비를 지원하거나 한시적이라도 전기요금 무료나 매달 내는 기본요금을 감면해 준다면 입주민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제조사나 충전기 업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전기차 민간 보급 신청서를 받아놓고도 전용 충전기를 확보하지 못해 전기차 구매 중도 포기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충전기 전용 주차면 확보가 입주민 반대의 핵심이었지만, 이젠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수전용량이 확산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3㎾h급 이동형 충전기 확대나, 신규 아파트 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에도 충전기 설치 의무화 등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