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여주시립 폰박물관장 "휴대전화는 우리 시대 대표 유물"

“휴대전화를 빼고는 우리 경제와 역사를 말할 수 없습니다. 휴대전화는 20~21세기 산업사 대표유산이자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IT강국으로 거듭나게 한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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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여주 폰 시립박물관 관장이 맥슨전자 MX-3000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MX-3000은 1995년 유럽으로 첫 수출된 디지털 폰이다.

이달 1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여주 시립 폰 박물관에서 만난 이병철 관장 신념이다. 이 관장은 “2007년 미국 USA투데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5년간 우리 삶을 변화시킨 발명품 1위로 휴대전화가 뽑혔을 정도로 휴대전화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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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매체들에 실린 한국 핸드폰 광고.

하지만 휴대전화는 가치에 비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있다. 이 관장은 “구형 전화는 귀금속을 빼내기 위해 부수거나 중국, 베트남으로 수출되는 바람에 하나도 남아있질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연한 기회로 현실을 알게된 이 관장은 `없어지면 안 될 것들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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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시립 폰 박물관 로비에 위치한 삼성 애니콜의 `가로본능폰` 모형.

기자 생활 30년 동안 그를 수집가 길로 이끈 것은 한 가지 문제의식이었다. “박물관에 전시된 3000여점 유물 중 제조사로부터 기증받은 것은 100여점에 그칠 정도로 구형 폰은 개인이 일일이 수집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제조사나 문화정책 관련 공무원 어느 누구도 휴대폰을 보존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박물관이 고대사에만 치중해 산업사를 포함한 근대사 유물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또 하나 문제로 거론했다.

이 관장은 IT강국으로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알려주기 위해 사비를 털었다. 기종당 하나씩 구입한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여러 대를 구입하다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SCH-B600의 경우, `기네스북에 등재된 폰` `카메라폰의 역사` 등 다양한 주제에 맞춰 여러 대를 구입하다보니 1000만원 가까이 들였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여주 시립 폰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휴대전화를 우리시대 대표 유물로 바라보길 바란다. 휴대폰을 제외하고는 우리 경제와 역사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폰 박물관이 단순히 여주시 볼거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산업사를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여주=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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