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구조 개편 요구가 거센 한국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녹색 혁신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과거 경제성장 모델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 모델을 창조하는데 적극 나서야 합니다.”
최근 사의표명으로 주목 받은 이보 드 보어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사무총장은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에 깊은 애착과 회한을 동시에 내비쳤다. 오는 9월까지만 사무총장을 수행하고 고향인 네덜란드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2년 넘게 한국에서 국제기구 수장 역할이 맡으면서 한국이 `미래 모델` 투자에 주저하는 것을 볼 때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중국·미국·독일은 미래 모델에 적극 투자하려고 하는데, 한국은 혁신에 대한 투자로 무엇을 잃을 것인지 더 고민하는 듯하다”며 “과거 성장 모델에 안주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지만, 미래 모델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는 만큼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 보어 사무총장은 “1960년대 한국이 산업화에 투자해 지금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다”며 “제조업과 산업공정에 기반한 경제 성장을 했지만 이 모델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한국으로선 비용이 많이 드는 모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 천연자원은 두뇌(인적자원) 밖에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설파하면서 인적자원과 ICT를 활용한 새로운 경제모델 창출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며,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까만 연기를 내뿜는 공장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박근혜 대통령이 태양전지를 들고 `한국에 부를 가져올 것`이라며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면서 한국의 과거와 미래 성장 모델이 무엇인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드 보어 사무총장은 “2년 전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이 한국 대기업은 여러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현대는 자동차·치약·병원까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업까지 펼치는데, 이런 방식이 오히려 미래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개 분야에 집중하는 것보다 여러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한국 대기업 구조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녹색성장 정책과 산업이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한국에 큰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드 보어 사무총장은 “한국은 매우 진보된 배터리, 에너지효율, 신재생에너지, ICT,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이 세계가 추구하는 가치가 된 만큼, 솔루션이 될 한국 녹색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GGGI는 개발도상국에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다. 이보 드 보어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환경부를 거쳐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는데 큰 공을 세웠다. 2014년 4월 GGGI 사무총장에 선임됐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