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언론과 대화]카카오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바꾼다.,,상호출자제한 완화 또는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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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중앙일간지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이같은 말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요약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와 셀트리온 등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성장한 기업들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30여개 법률에서 규정한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세제 혜택 등 직접 지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투자와 인수합병(M&A)도 쉽지 않다.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하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규제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경제력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더구나 지정 기준마저 시대에 뒤떨어진다. 새 국회가 구성되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논의가 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기업 성장 가로막는 족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선 하림, 셀트리온, 카카오를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로써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 수는 65개가 됐다.

벤처에서 출발한 셀트리온과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대기업집단이 되는 순간 중소·중견기업에 없던 많은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지주회사법, 세법 등 30여개에 이르는 법률에 근거한 새로운 규제가 가해진다.

대표적으로 상호출자가 금지되고, 신규 순환출자도 금지된다. 계열사 간 자본금을 주고받는 것이 불가능해짐으로써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이전처럼 쉽지 않다. 채무보증, 계열사 간 거래 제한 등도 기업 활동을 제한한다.

경제력 남용과 독점을 방지하겠다는 제도 도입 취지보다는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자산규모 5조 vs 200조, 동일 규제?

지정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집단 순위 1위인 삼성그룹 자산 규모는 348조원에 이른다. 범위를 넓혀 삼성, 현대차, SK, LG의 국내 상위 4대 그룹 평균 자산은 200조가 넘는다. 반면에 대기업집단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작은 65위 카카오는 5조1000억원이다. 양사 자산 차이는 무려 70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자산 규모가 엄청난 차이가 남에도 두 기업집단이 동일한 규제를 받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집단 제도에 묶이지만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등 다국적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중국 대기업이 우리나라에서 인터넷금융서비스를 하면 문제가 안 되지만 우리 기업이 우리 땅에서 인터넷 은행을 차리면 불법이다. 금융계의 대표 `전봇대`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처음 도입한 1987년 당시 기준은 자산총액 4000억원이었다. 이후 1993년에 자산 기준 상위 30대 그룹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이 기준은 다시 상위 30대 그룹만 규제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고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자산기준으로 변경됐다. 2002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2008년부터는 자산 5조원 이상이 기준이 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제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는데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9년째 제자리에 머물면서 벤처에서 성장한 기업까지 지정되는 모순이 발생했다.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성장을 꺼리면서 `피터팬 증후군`을 초래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피터팬 증후군은 성인이 되어도 어른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어른아이` 같은 성인이 나타내는 심리적인 증후군을 뜻한다.

◇족쇄 풀어 글로벌 경쟁 지원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경제 활동 규제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34개국 중 4위이고, 대기업 규제는 1위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100년 이상 깊이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강도 높은 규제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시장가치 기준으로 국내 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애플 시가총액 25%에 불과하고, 현대차도 일본 토요타의 15%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풀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기준을 바꾸는 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선거 공약으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규모 10조원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경제가 성장하면 기업 규모도 커지는 것이 당연한데 지정 기준은 9년 째 변함이 없어 규제 대상만 늘고 있다”면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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