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개선 본격화…범부처 정비 이뤄질 듯

공정위, 관련 부처와 협력…朴 대통령 언급 후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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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에 나선다. 기준 자산은 7조~10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 조정은 물론 해당 기준을 차용한 20여개 법, 60~70개 규제를 범정부 차원에서 정비한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차용한 다른 법의 규제 등을 폭넓게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해당 법을 운용하는 부처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대화에 나설 계획이다.

공정위가 큰 틀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은 공정거래법보다 다른 법에 대한 기업 불만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 셀트리온 등 신규 대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보다 은행법이나 중소기업 관련 법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 법은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기준을 차용해 해당 기업 사업·투자, 정부 지원 등을 제한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계가 대기업집단 기준을 차용하는 법들을 규제로 지적하는 만큼 이 부분을 공정거래법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면서 “관련 부처와 업계 등 의견을 폭넓게 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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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개선은 공정위의 최우선 순위 과제가 아니었다. 공정위는 지난 1일 새로 대기업집단을 지정·발표할 당시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 여부, 방법·시기 등은 검토·결정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는 복잡·다양한 개선 절차,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대통령 오찬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도화선이 돼 관련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업계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차용한 법이 20여개, 관련 규제는 60~70개로 분석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집단이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유통산업발전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27개 법에서 60건 규제를 적용받는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보다 많은 76개 규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사업·투자·자금조달 제한이 커지고, 정부 지원이 끊어진다고 지적한다. 중견·중소기업 때 받던 혜택이 일순간에 사라져 지속 성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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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대기업집단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만 보유할 수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운영에 제한이 생긴다. 대기업집단 계열사는 `산업융합사업` 정부 지원이 끊긴다. `지능형로봇전문기업` `뿌리기술전문기업` 지정에서 제외돼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투자를 받을 수 없고,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다.

범부처 개선 작업으로 핵심 규제 완화가 기대된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자산총액 5조원 이상`도 7조~10조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대기업 특혜 지적, 지정 기준 조정으로 대기업집단 제외 여부가 갈리면서 불거질 수 있는 역차별 문제 등은 해결 과제로 남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되는 기업이 나온다면 역차별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면서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규제 현황(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대기업집단 규제 현황(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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