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다. 해가 지면 불 꺼진 가게부터 눈에 들어온다. 일반 시민의 소비 심리도 얼어붙었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언제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염려에 돈을 쓰지 않는다.
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기업조차 투자에 인색하다. 어두운 경제 전망 때문에 허리띠부터 졸라매고 있다. 기업 신규 채용은 줄어들고, 취업 준비생만 늘어 간다.
이런 상황에 지난 19대 국회는 실망만 안겼다. 입법 효율성은 역대 최악에 가까웠고, 경제 활성화 입법이나 법률 개정에는 인색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신설·개정된 대기업 규제만 20건이다. 이는 16대 국회 때의 6개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대기업 규제로 중견·중소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도 큰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인터넷과 바이오 분야에서 고속 성장하던 카카오와 셀트리온 같은 벤처기업은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돼 인터넷은행 설립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됐다.
국회의원은 경제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위기 신호와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국회의원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의원 정보를 제공하는 한 벤처기업의 대표를 만났다. 그는 아버지가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보면서 돈, 시간, 인력이 많이 드는 선거를 치르고 나면 당선자는 유권자보다 자신을 지원해 준 사람부터 챙긴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 더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출범하는 20대 국회는 성장과 정체의 기로에 놓인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와 노년층 빈곤 문제, 서비스 산업 활성화와 융합 산업 등장을 법과 제도로 정비하고 지원해야 한다.
유권자는 선거 후에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 국회도 눈과 귀를 활짝 열어서 경제 위기와 기업 애로 사항을 듣고 이를 반영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차기 정권을 위한 주춧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