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계획상 마지막 석탄화력 프로젝트 건설 일정이 다가오면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기후체제, 정부승인차액계약 등 변수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과연 석탄 프로젝트가 투자 유치에 어느 정도 흥행을 이끌지 주목된다. 업계에서 `석탄화력=안정적 수익`이라는 공식의 마지막 열차라는 인식과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든 사양산업 길로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공존하면서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2013년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민간석탄화력 이슈를 몰고 왔던 프로젝트가 벌써 착공시기가 다가왔다. 그동안 사업자가 변경되고 착공시기가 연기된 발전소도 있지만, 하나둘 발전소 건설을 위한 일괄시공(EPC)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지분매각으로 투자자를 찾아 나서는 등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알리고 있다.
관심을 끄는 프로젝트는 강릉안인화력(강릉에코파워), 고성하이화력(고성그린파워), 삼척화력(포스파워) 등이다. 모두 발전소 1기당 1GW가 넘는 원전급 대규모 사업인데다. 착공 시기도 올해 3월과 9월, 내년 4월 등 이미 지났거나 임박했기 때문이다. 포스파워는 8일 지분매각 관련 제안서 수령을 마감하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전략적·재무적 투자자 선정작업에 들어간다. 과연 이들 사업이 과거 석탄화력 사업처럼 투자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 받을 지 관전 포인트다.
◇배출권거래·정부승인차액계약 변수, 흥행 쉽지 않아
현재는 투자유치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앞선다. 향후 시장 판세에서 신기후체제와 배출권거래제 등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최근 온실가스감축 의무경감을 두고 정부가 대치하는 모습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간석탄화력 향후 수익을 가늠할 정부승인차액계약(VC) 정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점도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석탄화력 수익조정 제도로 발전공기업에는 정산조정계수를 민간에는 VC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지난달부터 시운전에 들어간 GS동해화력(GS동해전력)이 그 첫 대상이었지만 아직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발전공기업에 적용하는 정산조정계수가 준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GS동해화력 VC 결과를 보고 설비 투자보수율을 감안해 PF 하려 했던 사업자들은 일부 일정을 미루고 있다. 강릉안인화력은 당초 3월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아직 EPC PF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GS동해화력 VC 결과가 나와야만 투자자들이 납득할 만한 PF를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고성하이화력은 주변 환경정리와 도로공사와 같은 기초공사는 착수를 한 상태, 실설비 공사를 위한 PF는 아직 진행하지 않고 있다.
발전업계는 이들 사업자들이 GS동해화력 VC가 첫 사례인 만큼 이를 시장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GS동해화력 계약 수준을 기준으로 설비 투자보수율을 추정하고 이를 근거로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그림이다. 하지만 VC 계약이 사업자별로 다르게 진행되는 만큼 투자 부담은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석탄화력 불패 공식 신규 설비는 여전, 마지막 기회
반면에 신기후체제에서도 석탄화력 필요성은 여전할 것이라는 의견도 힘을 받고 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연료 다양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신기후체제가 다가와도 국가 에너지믹스상 일정 수준 석탄화력은 유지돼야 하고, 감소하는 석탄화력은 이제 퇴역시기를 맞은 노후발전소들이 될 것이다.
정부의 VC 제도 설계가 늦어지는 것도 변수일 순 있지만 리스크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GS동해화력은 VC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PF를 했었던 만큼, 여건이 같지도 않을 뿐더러 사업자별로 다른 계약이 체결되는 상황에서 VC 시장 기준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여기엔 정부가 적어도 발전소 건설 총괄원가를 보상해주는 수준에서 VC제도를 설계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포함돼 있다.
예전 수준은 아니지만 투자유치에 기대감도 있다. 장기간 이렇다 할 자본 투자처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석탄화력은 여전히 손해는 안보는 투자처란 인식이 남아 있다. 더욱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개 석탄화력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지금 남아 있는 민간석탄이 21세기 국내 석탄화력 투자의 마지막 열차가 될 것이라는 인식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석탄화력이 위기인 것은 맞지만, 아직 자본시장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며 “일부 사업이 늦어지는 것도 투자 유치를 못해 공사기간에까지 영향이 미치는 심각한 상황이라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시기를 조율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