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 정보기술 사업에 잇따라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적용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적용을 피하는 편법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부분 장비공급 비중이 큰 사업이다. 대기업 역량이 필요 없는 장비공급은 중소기업 사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민안전처는 110억원 규모의 재난종합상황실 구축 사업을 장비공급과 SW개발로 나눠 분담이행 방식으로 발주한다고 7일 밝혔다.
장비공급은 정보통신공사업법, SW개발은 SW산업진흥법을 각각 적용한다. 사업 규모는 각각 90억원과 20억원이다. 사업 규모가 큰 장비공급 사업자가 주사업자가 된다.
중소 정보기술(IT)업체 대표는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적용받아 선정된 주사업자 대기업이 SW 개발 사업자 중소기업을 하도급 관계로 대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적용으로는 다수 대형 IT서비스기업과 통신사가 제안한다.
프로젝트 책임을 주사업자가 아닌 중소사업자가 진다. 장비공급보다 SW 개발 위험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SW 개발 중소기업에 사업 실패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최근 사업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자 분담이행 방식은 적용하지 않는다.
사업 내용도 논란이다. 상황판시스템, 영상회의시스템, 정보망시스템, 중앙상황실운영시스템, 소방상황센터운영시스템 등 구축은 정보통신공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장비공급 사업이다. 해당 SW는 분리발주 대상이 아니다. 다른 사업에서는 SW산업진흥법을 적용받았다.
국민안전처는 조달청과 협의를 거쳐 분담이행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오경룡 국민안전처 상황총괄담당관실 정보화장비팀장은 “하드웨어(HW) 공급 비중이 큰 사업이기 때문에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적용하는 분담이행 방식을 도입했다”면서 “대기업에 유리한 독소 조항은 제안요청서(RFP)에서 모두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교통방송도 방송장비 구매·이전설치 사업에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적용했다. 사전규격에서는 참가 자격을 SW산업진흥법을 적용,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다. 그 이후 제안요청서에는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적용,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다. 방송 시스템과 전산실 구축이 포함된 사업이다. 수주는 상호출자제한집단 대기업 CJ올리브네트웍스가 했다. 광물자원공사도 지난해 망분리 사업에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적용했다.
IT업계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참여 영역을 구분하자고 주장한다. 대기업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 등 신기술 사업과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민간자본 유치 정보화 사업에 참여한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 없는 장비공급 사업은 중견·중소기업 영역으로 분류한다.
한 중소 IT업체 대표는 “단순 장비공급 사업에 대기업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수익 폭이 큰 외산 장비 공급 사례가 늘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송희경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 후보는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역할을 구분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