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장비기업 AP시스템이 7일 또 제조장비 공급계약에 대한 `백지공시`를 냈다. 이번에도 계약 금액과 계약 대상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발주한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설비투자 일환으로 해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등에 공급할 플렉시블 OLED 설비를 마련 중이다.
AP시스템은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총 1785억원 규모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월 2만장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질적으로 월 3만장 수준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번 공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월 1만5000~3만장 규모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4월까지 약 4조~6조원 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업계는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총 월 6만장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2월까지 3만장 규모 설비 투자를 집행했고 4월에 추가로 약 1만5000장에서 최대 3만장 규모를 갖추기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AP시스템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플렉시블 OLED 투자를 기점으로 국내 상위권 장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들어 1785억원 규모 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수주했고 이는 지난해 매출의 60.9%에 해당한다.
이번 추가 수주 금액은 오는 5월 31일 공시할 예정이다. 월 1만5000장 규모이면 지난 수주액의 절반인 약 1000억원 이하가 된다. 월 3만장 규모면 지난 수주액과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 총 수주금액이 지난해 연간 매출에 근접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AP시스템은 지난해 국내 장비기업 5위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수주액 규모를 감안하면 올해 매출이 약 두 배가량 성장한 4000억~5000억원대 규모로 뛰어오를 수 있다. 3위 SFA, 4위 케이씨텍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다. 장비 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오랜 연구개발(R&D)을 거쳐 새롭게 선보일 디스플레이·반도체 분야 신규 장비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은 물론이고 반도체 장비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올해 목표다.
AP시스템을 시작으로 테라세미콘, 비아트론 등 삼성 협력사도 잇따라 수주를 받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월 3만장씩 총 6만장 규모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규모 투자에 대한 부담과 공급과잉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올해 4만5000장 수준의 투자만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와 내년에 걸쳐 총 월 12만장 규모 투자를 집행하는게 유력하다. 올해 4만5000장 투자에 그치면 올해 말에 추가 7만5000장 규모의 투자를 준비할 수 있다.
AP시스템은 저온폴리실리콘(LTPS) 결정을 만드는 레이저결정화(ELA) 장비, 유리기판 위에 폴리이미드(PI) 용액을 코팅해 필름을 형성하고 유리기판을 떼어내는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를 공급한다.
표. 2015년 국내 장비기업 순위 (자료: 전자공시시스템)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