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1만대 판매.` LG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G5`가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없어서 못 판다는 말도 오랜만에 듣는다. 지난주 개통이 시작된 G5 판매량을 살펴볼 겸 찾아간 판매점에는 삼삼오오 모여 탁자에 올려둔 G5를 바라보고 있다. 초반 기세는 기대 이상이다.
G5를 켜면 잠금화면 속에 펼쳐지는 이미지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만져봤을 `만화경`이 떠오른다. 만화경을 빙글빙글 돌리면 내부에 있는 색종이가 거울에 반사돼 다채로운 무늬를 나타낸다. 한 번도 같은 모양을 나타내지 않고 계속해서 변한다고 해 만화경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G5 잠금화면도 노란빛의 선과 점으로 이뤄진 무늬가 마치 만화경을 돌리며 볼 때와 흡사하다. 다양한 모듈과 결합해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G5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무늬가 아닐까 한다. 직접 써보니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김문기 넥스트데일리 이버즈 기자 moon@nextdaily.co.kr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
LG전자 `G5`는 내외부적으로 전작과 선을 긋는 스마트폰이다. 모델명만 `G`라는 이름을 유지했을 뿐 사실상 모든 게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 시리즈` 탄생은 지난 2012년이다. LG전자가 스마트폰 브랜드로 `옵티머스`를 유지하던 때다. LG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탄생한 `옵티머스G`는 그간의 부진을 씻을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옵티머스G는 영화로 치자면 프리퀄이었다. `G2`에서 G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LG전자만의 후면 버튼 디자인, 통합화된 LG 사용자경험(UX), 새로운 보안 시스템, 특화된 카메라 기능 등이 조화를 이뤘다. `G3` `G4`도 전통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내외부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G5에는 플라스틱과 가죽을 넘어 메탈 소재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확실히 사진보다 실물이 잘 빠졌다. 지인들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LG전자는 측면 버튼을 후면으로 돌리며 깔끔한 세련미를 강조했다. 형태가 바뀌긴 했으나 이전 정체성은 그대로다. 일단 안테나선을 감췄다. 보통 금속으로 두르면 수신율 저하 문제가 발생하지만 여타 버튼까지 조화롭게 안착됐다.
상하좌우 빼곡히 곡선으로 둘러쌌다. 매끌매끌한 조약돌을 연상시킨다. 전면 상단 베젤이 포인트다. 금속을 깎을 때 절단면을 평면이 아닌 오목한 형상으로 만드는 `샤이니 컷`이 도입됐다. 작은 컬러 입자를 금속 표면에 부착하는 공법이 적용되면서 색상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현실적 모듈 방식 제안
G5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듈형 방식이다. 그간 모듈형 스마트폰에 관심은 높았지만 이렇다 할 실체가 없었다. 구글은 일찌감치 지난 2013년 `프로젝트 아라`로 모듈형 스마트폰 제작에 매진했지만 상용화 시기가 연기됐다. 네덜란드 벤처기업이 조립식 폰인 `페어폰2`를 내놨지만 반짝 이슈에 그쳤다.
G5는 그 둘과 좀 다르다. 모듈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구글은 모바일AP, 카메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을 블록화해서 재조립할 수 있는 완전한 형태의 모듈 방식으로 설계됐다. G5는 핵심 부품을 모두 모듈화하기보다 스마트폰이 가진 특정 한계를 돌파하려 하나의 모듈이 붙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음질을 좀 더 좋게, 카메라를 쉽게 찍게 하려 모듈의 힘을 빌린다. 실리를 택했다. LG전자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G5 측면 하단 분리 버튼을 누르면서 빼면 모듈을 분리할 수 있다. 배터리는 탈착형이다. 라임색의 강렬함이 눈에 띈다. 일체형보다 탈착형을 선호한다면 반길 만하다. 하지만 일반적 탈착형과는 다르다. 후면 전체가 분리되는 형태가 아닌 하단 일부분이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일체형 분위기를 풍긴다.
결합할 수 있는 모듈은 현재까지 총 세 개다. 기본 모듈과 `캠 플러스` `하이파이 플러스`다. 카메라를 살피면 좌측 또는 우측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다. 손으로 잡았을 때 꽉 움켜쥘 수 있어 안정감이 높아진다. 캠 플러스는 이와 비슷한 그립감을 준다. 카메라보다는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길쭉한 스마트폰을 잡을 때보다는 그립감이 높다.
이 밖에 화면을 터치하는 것이 아닌 물리식 버튼을 이용해 셔터 느낌을 내고 다이얼로 줌인 앤드 아웃을 할 수 있다. 완벽한 아날로그는 아니지만 아날로그풍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진, 특히 영상을 찍을 때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되는 때가 있는데 캠 플러스에는 1200㎃h 배터리가 추가됐다.
공개 전부터 인기가 높은 모듈은 하이파이 플러스다. 요즘에는 포터블 하이파이를 표방하는 리시버와 DAC가 속속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모듈만으로 스마트폰에서 포터블 하이파이를 구현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격, 휴대성, 접근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게 한다.
LG전자가 제공하는 24비트 음원을 내려 받아 비교 체험해봤다. 제대로 된 리시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타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미묘한 차이가 확실히 판별된다.
LG전자는 돌비 디지털 플러스를 G5에 적용했다. 일반 돌비 디지털보다 데이터 압축률을 낮춰 음질을 향상시킨 오디오 포맷이다. G5는 최다 7.1 채널 출력이 가능하다.
유선뿐만 아니라 무선 환경에서도 기존보다 탁월한 음질을 경험할 수 있다. 퀄컴 `aptX HD`를 지원한다. 차세대 톤플러스와의 궁합이 기대된다.
다양한 LG 프렌즈와 손쉽게 연동될 수 있도록 별도 `LG 프렌즈 매니저` 앱이 적용됐다. 자동으로 주변기기를 인식해 연결한다. 연결 후에는 각 프렌즈 전용 앱도 설치할 수 있다.
◇전작에서 진화한 카메라 노하우
카메라 성능은 LG전자가 G 시리즈에서 꾸준하게 진화시킨 특장점이다. 지난해 전면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V10`에 이어 G5에도 후면 듀얼 카메라를 배치했다. 135도, 78도 화각을 지닌 카메라다. 광각 카메라는 일반폰 대비 약 1.7배 더 넓게 촬영할 수 있다.
카메라 두 개로 다양한 촬영 효과를 줄 수 있다. 광각 카메라로 배경을 찍고 일반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어 마치 액자 속 사진인 듯 표현할 수 있는 `팝아웃픽처`와 전면까지 총 세 개의 카메라를 활용하는 `멀티뷰`도 포함됐다.
전면 카메라에는 제스처 모드를 더 진화시킨 얼굴인식 기능 `오토 셀피`가 추가됐다. 손바닥을 오므려 찍는 제스처 모드와는 달리 즉각 얼굴을 인식, 촬영하기에 별다른 입력 방법이 필요 없다. 다만 인식 자체가 빨라 얼굴을 대고 있으면 셔터 연사음에 당황할 수도 있다. 음성도 이용 가능하다.
이 밖에 G4부터 적용돼온 `전문가 모드`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로 찍은 듯한 `필름 효과` 필터도 한 번쯤 사용해보길 권한다.
◇`플래그십폰` 기본기를 갖추다
모듈과 카메라가 전면에 배치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세워야 할 장점이 가려진 듯하다. 디스플레이와 모바일AP, UX는 스마트폰의 기본이다. 만지고(UX), 구동되고(AP), 보는(DP) 것은 기본 역할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는 전작과 비슷한 QHD 해상도 IPS 패널이 붙었다. 고색재현 LED는 청색과 노란색 형광물질을 혼합해 빛을 만들어 냈던 LED 백라이트의 노란색 형광물질 대신 빨간색과 녹색 형광물질을 넣어 빛의 3원색으로 구성했다. 빨강과 녹색 계열 색을 더욱 정확하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한 기술이다. 색재현율이 20% 증가했다.
LCD 위에 터치 패널을 올리는 것이 아닌 LCD 내부에 터치 센서를 삽입하는 어드밴스드인셀터치(AIT) 기술이 적용됐다. QHD LCD 패널 대비 명암비를 50% 향상시킴과 동시에 소비전력 증가 없이 휘도를 30% 높였다.
LG전자는 올웨이즈온 화면도 적용했다. 화면이 꺼져 있어도 시간과 요일, 날짜, 배터리 상태 등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써본 `올웨이즈온`은 전력 소모량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론적으로는 시간당 총 배터리 사용량 대비 0.8%만을 사용한다.
야외 시인성을 높여주는 데이라이트 모드를 적용해 디스플레이 밝기를 최대 850니트(nit)까지 올릴 수 있다. 통상적인 스마트폰 밝기는 500니트 내외다.
모바일AP는 퀄컴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삼성전자의 2세대 14나노 핀펫 공정이 도입된 모바일AP다. 전작인 스냅드래곤 810 대비 처리 속도는 갑절 이상, 소비전력은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아드레노530은 전작 아드레노430보다 40%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보여준다.
네트워크 속도도 빠르다. 이통 3사 최신 네트워크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업로드 속도는 기존 대비 세 배가량, 다운로드 속도는 약 30% 더 올라갔다. 고사양 게임을 진행했을 때도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퀄컴의 퀵 차지 3.0이 적용돼 배터리를 최대 용량의 80%까지 충전하는 시간을 35분으로 단축시켰다. 전 버전 대비 27% 빨라졌다. 저전력 위치확인 기술로 전력효율도 개선시켰다. 위치기반 앱을 실행할 때 소모전류를 낮춰 전력 효율을 약 41.9% 개선한다. USB 타입C가 도입된 것도 경쟁 제품과의 차별점이다.
UX에서 가장 큰 변화는 메인화면부터 느낄 수 있다. 앱 서랍을 과감하게 없앴다. 하나의 화면 안에서 좌우로 드래그해 사용할 수 있다. 캡처 후 메모할 수 있는 `캡처+`, 사용자의 활동량을 체크하는 `LG 헬스`, 스마트폰 주치의 `스마트 닥터` 등은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사용하는 요긴한 UX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