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GPU 팹리스, 엔비디아 칩 설계 검증 노하우 엿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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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소재 엔비디아 본사 전경

“이런 첨단 반도체 칩 검증, 테스트랩은 자체 시스템온칩(SoC) 설계 부서를 보유한 애플에도 없는 것입니다.”

하워드 막스 엔비디아 실리콘 FA 일렉트로닉스랩 이사는 자사 최신 GPU 칩(개발코드명 맥스웰)을 들어 보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막스 이사는 “불량품이 나오는 비율은 매우 낮지만 불량이 나는 이유를 우리가 명확히 알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팹리스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는 칩 생산을 대만 TSMC 등 파운드리 업체에 맡긴다. 그러나 불량품 검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소재 본사 한켠에 있는 실리콘 FA 일렉트로닉스랩에서 이뤄진다. 랩에는 나노 단위로 물질을 확대해 볼 수 있는 FEI 헬리오스 나노랩 600i 전자현미경, 3D 엑스레이 시스템인 엑스라디아 베르사 XRM-500 등 다수의 고가 측정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칩 생산에 쓰인 화학 물질 확인, 패키지 상태, 완성 칩의 특성(ESD)을 검증하고 테스트하는 환경까지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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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막스 엔비디아 실리콘 FA 일렉트로닉스랩 이사가 회로 패턴에 결함이 생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막스 이사는 “이곳 랩을 거치면 설계 디자인, 생산, 패키징 가운데 어떤 곳에서 불량이 났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장비 구매비와 인건비 등 랩 운용 비용은 상당한 수준으로 높지만 매 분기 이러한 작업으로 700만달러 비용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런 랩을 운용하는 이유는 팹리스(설계)-파운드리(생산)-패키징(조립) 업체로 이어지는 생산 사슬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확인 과정이 없다면 파운드리 업체 실수로 불량품이 많이 나와도 책임을 묻기 힘들다. 불량품은 대부분 팹리스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대다수 국내외 팹리스가 이런 문제에 노출돼 있다.

그는 “최신 맥스웰 GPU는 90억개 트랜지스터가 집적되고 칩 단면을 잘라보면 10개 이상 층(Layer)으로 이뤄진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그 속에 담긴 각종 구조는 엔비디아만이 알고 있는 비밀 기술인데 칩 설계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런 검증 과정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매월 1000만개 이상 GPU를 출하한다. 불량품이 나오는 이유를 알지 못하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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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애뮬레이션 랩에 설치돼 있는 하드웨어 애뮬레이션 장비 케이던스 팔라듐 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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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애뮬레이션 랩에 설치돼 있는 하드웨어 애뮬레이션 장비 케이던스 팔라듐 XP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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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콘다 에뮬레이션 랩 이사가 반도체 설계, 검증 과정과 현재 사용하고 있는 팔라듐 시리즈 장비의 면면을 소개하고 있다

신제품 `적기개발`을 위한 반도체 애뮬레이션랩도 엔비디아가 GPU 시장서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에는 칩 생산 전 각종 논리 회로를 가상으로 애뮬레이션 할 수 있도록 돕는 하드웨어 장비가 들어차 있다.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툴 업체 케이던스가 공급한 애뮬레이션 장비 `팔라듐` 시리즈 수십대가 랩 두 곳에 나눠 설치돼 있었다. 반도체 설계 애뮬레이터는 칩 동작 상태를 제품 생산 전 점검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과거에는 워크스테이션에 소프트웨어 형태로 설치돼 운용됐지만 칩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숫자가 늘어나면서 검증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서 전용 하드웨어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드웨어 애뮬레이터 장비는 PC 기반 소프트웨어 애뮬레이터 대비 1000배 빠른 검증 속도를 제공한다. 케이던스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팔라듐 Z1 장비도 수 대가 이 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 장비는 블레이드 서버처럼 랙 모듈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장비 한대에 모듈을 다 채워넣으면 92억개 트랜지스터 게이트를 검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종전 모델인 팔라듐 XP II(23억개) 대비 4배 늘어난 것이다.

나렌드라 콘다 에뮬레이션 랩 이사는 “전 세계 반도체 업체 가운데 가장 대규모 애뮬레이션 랩을 운용하고 있다”며 “복잡다단한 GPU 칩 개발 시간을 앞당기기 위한 투자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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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산타클라라 본사 맞은편 5만평 부지에 새 사옥을 짓고 있다. 내년 말 완공된다. 3500여명 직원 중 2500명이 이곳으로 이동해 새 공간을 얻는다. 자리가 넓어지는 만큼 인력 충원, 각종 연구소 관련 투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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