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다시 정점을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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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부 주병권 교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1995년 국내 최초로 TFT-LCD 라인 가동을 시작으로 2002년 대형 TFT-LCD 세계 1위 달성, 2003년 수출 100억달러 달성, 2004년 LCD·PDP·OLED 전 분야 세계 1위 달성 등 약 1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했다. 13대 주력 수출 품목으로 자리매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정부와 대기업의 선제적 적기 투자, 생산기술 표준화 기반의 높은 생산수율과 대량생산, 부품소재 수직 계열화로 경쟁력 확보 등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LCD 산업 성숙, 후발국(중국, 대만)의 거센 추격으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2012년 이후 시장점유율 하락, 수출 물량 감소 등 위기를 맞았다. 지금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 동력인 양적 성장, 대량생산 전략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부상으로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핵심 소재·부품 원천기술력도 일본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인력의 중국 유출,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 부재, 국가 연구개발(R&D) 지원 감소도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를 부추긴다. 국가 기반산업의 하나인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가 위기에 빠진 셈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혁신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전통의 디스플레이 시장 대량생산 체제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나아갈 길은 전문 인력 양성, 원천기술 확보 등을 통한 미래기술 선점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본이라는 거대한 아성 앞에 녹록지 않다. 민·관 협력의 새로운 발전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미래 시장 선점 전략 일환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국가 R&D 모델을 제시했다. 지난 6월에 발족한 미래 디스플레이 핵심 원천기술 개발(KDRC) 사업이 그것이다.

KDRC 사업은 산업부(정부)와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민간 투자기업)의 1대1 공동투자로 발족하고, 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과 약 30개 연구기관(대학, 연구소)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지난해 9월에 출범한 KDRC 사업은 산업 파급효과가 크지만 기업이 적극 투자하기 어려운 24개 혁신 소자, 공정, 소재 원천기술을 R&D한다. 기술(과제)별 투자기업 엔지니어와 연구기관 연구원의 미팅으로 투자기업이 원하는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이를 위해 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과 평가관리원은 투자기업·연구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인력 양성의 일환으로 과제 책임자가 아닌 젊은 연구원(학생 연구원)과 투자기업 엔지니어 간 만남의 장인 창의콘서트를 개최했다. 또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KDRC 사업단 홈페이지 제작에 착수하는 등 다방면으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사업 초기임에도 반년 만에 특허출원 11건, 논문게재 16건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했다.

산업부와 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생태계 선순환 조성을 위해 KDRC 사업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기존의 패널 부문 원천기술 개발(2015년)에서 소재·부품 및 장비 분야 원천기술 개발로 사업을 확대(2016년)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부출연금 증액, 민간투자기업 확대 모집이 그것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와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진 R&D에서 중소·중견기업 주도 R&D 모델 구축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이상 `위기의 디스플레이 산업`이라는 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비상하기 위한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KDRC 사업과 같은 새로운 R&D 모델 확대 등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에 적합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주병권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KDRC 사업단장) bkju@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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