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공계 박사가 행정 업무에 치여 해외 박사보다 연구 활동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이공계 재정 지원보다 해외가 월등하게 높은 것도 문제지만 국가 연구개발 활동에 참여해 학비를 지원받아도 연구보다 행정 업무에 더 시간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R&D 연계 촉진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공계 박사학위자가 받는 재정지원은 해외가 국내보다 높았다.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학비대비 수혜액 비중`은 국내가 0.51로 낮았다. 해외는 1.65로 3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재정 지원 유형으로는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학위 과정 중 `국가연구개발사업`과 `BK21` 등 인건비 수혜에 의존했다. 반면에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는 `장학금`과 `조교활동`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위과정 중 활동시간 배분에서는 해외 학위자는 연구에 투입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교과과정 수업, 박사학위 논문 작성 등 핵심 부문에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학비 지원 수준에 따라 경제활동 등 다양한 곳에 시간을 투입하는 국내 학위자와 차이가 나타났다.
재정지원 규모가 클수록 경제적 문제 해결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며 `연구개발 활동`과 `SSCI 등 논문준비` 등과 같은 연구활동에 시간을 더욱 집중 배분할 수 있다.
국내는 재정지원이 학비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높으면 논문 준비보다는 연구활동 참여와 행정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이 많았다. 박사학위 논문 작성시간 배분이 적었다. 해외와 비교할 때 학위 논문 작성이나 핵심 교육 부문에 상대적으로 덜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대학원 교육정책은 학생에게 다양한 복지혜택과 학비면제를 제공해 금전적 부담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대학원 교육은 연구실 자율 연구로 짜여져 있다. 정부와 기업, 기관이 재정적으로 투자해도 연구실에서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연구활동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
독일도 이공계 대학원 학생이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학위논문 등을 제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발적으로 참여를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는 이공계 연구가 정부 연구개발사업 투자 목표에 맞추는 경향이 뚜렷하다. 홍성민 STEPI 인재정책연구단 연구위원은 “국가 연구개발투자에 참여하는 인력 정보가 제대로 축적되고 관리되지 않아 이공계 대학원생이 어떤 사업에 참여해 어떻게 역량이 개발되고 배출되는지 등 정보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과학기술인력 데이터분석센터를 중심으로 한 정책 플랫폼을 구축하고 재정지원사업은 등록금과 생활비 등 기본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