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심사에 앞서 법률이 규정한 심사사항을 구체화한 심사 주안점을 마련한다. 심사 주안점은 방송·법률·경제·소비자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는 심사위원회에 제출한다. 미래부는 23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라는 사안의 중요성과 이해관계자 의견을 고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합병 변경허가와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에 필요한 주요 인허가 심사 주안점은 사실상 정부의 인가 여부를 가름하는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옛 방송위원회부터 지금까지 방송사업자 허가 혹은 재허가, 변경 허가 인허가 주체인 정부가 심사위에 `심사 주안점`을 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기업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이나 합병 변경 허가시 정부가 심사사항을 세분화한 심사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심사위원회가 의결로 결정했다.
미래부가 예외적으로 심사 주안점을 제시하는 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알뜰폰을 포함한 유무선 통신과 케이블TV, IPTV 등 쟁점이 얽혀있는 데다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궁극적으로 인수합병 인가 심사 공정성을 담보, 혹시 모를 편향성 등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 과장은 “심사 주안점은 과거 사례, 해외 규제기관의 심사기준, 의견 청취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등을 토대로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사 종료이후 10여개 기업과 협회 등 의견을 제출한 기관의 동의를 얻어 공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래부가 공개한 심사 주안점(안)은 방송법과 IPTV법이 규정한 심사 사항을 세분화한 내용이다. 경쟁 분야에 심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주안점(안)에 따르면 유료방송시장에서 수평적·수직적·결합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핵심이다.
유료방송사업자간 결합으로 시장점유율 상승에 따른 요금 인상과 선택권 제약 가능성(수평적 시장), 합볍으로 인한 유료방송 사업자의 영향력 증가에 따른 방송채녈시장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수직적 시장), 모바일·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 결합으로 지배력 전이 등 상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콘텐츠 사용료 배분 계획과 정산 방식의 합리성,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이용자 권한 보장과 환경 제공, 지역 채널 운용 독립성 확보 방안과 투자계획, 합병 이후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성 확보 방안, 합병 법인 고용정책 적정성 등이 망라된다.
이외에도 방송법과 IPTV법,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률 준수 여부,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과의 부합 여부 등도 주요 심사 대상이다.
미래부는 심사 주안점을 확정, 심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미래부가 심사 주안점을 제출하면 심사위원회는 실제 심사에 사용할 심사주안점을 확정한다. 이후 심사위원회는 최대주주 변경을 비롯 합병의 가부는 물론 필요시 조건을 건의한다. 미래부는 10명 내외로 방송 심사위원회 구성 준비와 동시에 통신 분야 자문단 선임에도 착수했다.
미래부 장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절차를, 방송통신위원회와는 사전 동의 절차를 밟아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방송과 통신 인허가 기간은 서류 보정 등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일정 기간 연기 가능하다. 송재성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심사기한 60일을 넘겼지만, 공정위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특별한 사유에 해당돼 심사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통신과 방송 분야 심사 일정 차이가 있지만 사업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인수합병 인가 등 심사 결과를 일괄 발표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