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비례대표 1번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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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있어 전통이란 중요하다. 유럽에는 400~500년, 미국에는 200년 이상된 정치 명문가(家)가 있다. 그들은 전통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정치문화를 만든다. 그렇게 정치 전통은 이어왔고 역사는 쌓인다.

이번 4·13총선을 앞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벤처인의 우려는 컸다.

공천에 따른 계파 간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이들의 정치참여 요구나 국회 진출은 그야말로 종속변수가 돼버렸다. 일부에선 `과기·IT·벤처·핀테크계 인사들은 팽당했다`는 살벌한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20대 국회 주요 혁신입법이나 정치적 산업부흥은 요원해졌다는 비관론이 더해졌다.

그런데 역시 정치는 `바람`이다. 뒤바뀌는 맛이 있어야 정치도 볼만하다.

22일 새누리당이 먼저 비례대표 추천 명단을 꺼내놓으면서 과기·IT인들은 한숨 돌렸다. 아니,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웃음기 사라졌던 얼굴에 반색이 돌았다.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추천 명단에 자체 기준 당선 안정권으로 잡은 20번 안에 과기·IT·기술·연구계 인사가 5명 포함됐다. 특히 국회의원 중 상징성이 가장 큰 비례대표 1번에 송희경 클라우드산업협회장을 낙점했다. 예상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던 파격이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비례대표 1번에 민병주 당시 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전격 발탁했던 전통을 이어갔다.

전통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 반발이 따르고 전통을 깨려는 주변의 유혹도 많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진 전통은 잘 깨지지도 않는다. 어렵게 다듬고 쌓아가는 것이니, 쉽게 무너질리 없다.

집권여당이 가장 혁신적이라하는 ICT·과학계 인사로 비례대표 1번을 채우는 모습은 이래저래 아름답다. 행여 야당으로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전통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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